건설업체들이 임대아파트 임대료를 지나치게 부풀려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일죽에 임대아파트를 지은 반석주택은 실 건축비보다 20% 부풀렸는데 안성시는 관행이라는 이유로 문제삼지 않았고 법원도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도 안성시 일죽 IC타운 아파트전경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분양전환 때까지 8년 동안 집값보다 임대료를 더 많이 내면서 살아왔습니다. 이것이 무주택서민들을 위한 공공임대아파트 맞습니까?”
경기도 안성시 일죽 IC타운 아파트 입주자대표 봉하근씨의 하소연이다.
이 아파트는 공공임대아파트로, ㈜반석주택이 지난 2002년 무주택 가구 474세대를 모집해 임대한 뒤 2010년 분양전환했다. 이 아파트는 분양전환 때부터 소송에 휩싸였다.
입주자를 모집할 때 5년 후인 2007년에 분양전환하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주민들이 2008년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법원의 강제조정으로 8년만에 분양전환이 이뤄지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분양전환 가격을 산정하면서 불거졌다. 분양전환 가격은 법에 의해 건설원가와 감정평가금액의 산술평균가액으로 한다고 돼 있다(당시 임대주택법 시행규칙 [별표]).
건설원가는 최초 입주자 모집 당시의 주택가격을 토대로 하고, 최초 입주자 모집 당시의 주택가격은 건축비와 택지비를 기준으로 입주자모집승인권자가 산정하도록 돼 있다.
여기서 건축비의 상한가격은 건설교통부장관이 고시하는 표준건축비이다. 다시 말해 분양전환가격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건축비는 실제로 들어간 원가개념의 건축비로, 건교부장관이 고시하는 표준건축비 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죽 IC타운 아파트는 2010년 분양전환 때 실제 건축비보다 많이 높은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전환가격을 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 건설원가, 2011년 소송과정에서 드러나실제 건축비를 포함한 건설원가는 보통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은 알 수 없다. 이 아파트에서 건설원가가 드러난 것은 2011년 분양전환처분 무효확인소송과정에서 였다.
안성시청은 법원의 명령에 의해 마지못해 지난 2002년 말 반석주택이 지방세감면을 신청할 때 첨부한 공사원가자료를 제출했다.
반석주택은 당시 건축비와 택지비가 모두 242억 7천만원이 들었다며 지방세감면신청을 내 취득세와 등록세를 50% 감면받았다. 하지만 분양전환 가격을 산정할 때는 표준건축비를 적용해 건축비와 택지비가 289억 5천만원으로 뛰었다.
반석주택은 2010년에 이 가격을 적용해 310세대에 대한 분양전환승인을 받았고 분양전환을 했다.
◇ 수원지법 "실제 건축비보다 20% 이상 표준건축비 적용 분양전환은 위법"주민들은 이에 대해 2011년 1월 수원지방법원에 분양전환처분 무효확인소송을 청구했고 2012년 6월 원고승소판결을 받았다.
당시 수원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실제 건축비보다 20% 이상이나 많은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하여 분양전환가격을 산정하고 이를 기초로 이 사건 처분에 이르렀는 바 분양전환가격의 산정은 분양전환승인에 있어 핵심적인 내용에 해당하므로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미 분양전환을 받은 가구들은 이 판결을 통해 반석주택에 분양전환을 받기 위해 과다지급한 분양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그 돈은 한 가구당 평균 천여만원에 이른다.
건설원가가 드러나면서 문제가 된 것은 분양전환 가격만이 아니다. 주민들이 2002년 입주하면서부터 낸 임대료(임대보증금+월 임대료)도 문제로 불거졌다.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를 산정할 때도 건설원가를 토대로 하도록 돼 있는데 반석주택은 여기서도 실제 건축비보다 높은 표준건축비를 적용했다.
◇ "5300만원 짜리 세인데 7100만원에 월 10만원씩 내는 것 맞는 법입니까"그 결과 주민들은 2010년 분양전환 당시까지 8년 동안 건설원가에 따른 집값보다 비싼 임대료를 내고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99㎡(30평형)의 경우 건설원가를 적용한 주택가격은 5300여만원이다. 하지만 국민주택기금 융자금을 포함한 최초 임대보증금으로 주민들이 낸 돈은 7100만원이고 여기에 월 임대료를 10만원씩 냈다.
봉하근 입주자대표는 “누가 30평형의 경우 5300만원짜리 집에 세로 들어가면서 7100만원에 월 10만원씩 주면서 들어가고, 27평형(89㎡)의 경우 4700만원짜리 집에 6000만원에 월 10만원씩 주고 들어가 살겠습니까. 이게 맞는 법입니까”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2심까지 진행된 분양전환가격과 임대료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표준건축비를 토대로 임대료를 산정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2015.7.15)이다.
2013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입주자 모집시점에서는 건설원가를 파악하기 힘들고 또 대부분의 공공임대주택에서 임대료 산정 때 표준건축비를 사용하는 만큼 법적인 안정성 측면에서 표준건축비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일죽 IC타운 아파트의 경우 입주자 모집 공고 승인이 2002년 6월에 났고, 임대조건 신고는 2002년 11월, 지방세감면신청은 2002년 12월에 이뤄졌다.
임대조건 신고 때 2002년 6월 현재 분양전환가격의 기초가 되는 임대주택가격은 99㎡의 경우 7200만원, 임대보증금은 3200만원(국민주택기금 3900만원 제외)으로 책정됐다.
이 가격은 실제건축비가 아닌 표준건축비를 토대로 산출한 것이었다. 하지만 임대조건 신고 한달 뒤 지방세감면신청 때는 표준건축비보다 낮은 건설원가를 제출해 등록세와 취득세를 감면받았다.
입주자 모집시점에서 건설원가를 알 수 없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 임대료 산정때 표준건축비 적용…"법률적합성과 임차인 우선분양권 침해"법적인 안정성도 이유가 되기에는 약하다. 분양전환가격 산정 때는 실제 건축비를 적용하고 임대료 산정 때는 실제 건축비보다 높은 표준건축비를 적용하는 것은 어떤 법적인 근거도 없다.
법에서는 오히려 분양전환가격이나 임대료 산정 때는 똑 같은 기준의 건설원가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더 나아가 분양전환가격 산정 때는 실제 건축비를, 임대료 산정 때는 표준건축비를 적용할 경우 임대료가 분양전환가격보다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법무법인 최강의 최진환 변호사는 “임대료가 분양전환가격보다 높은 상황에서, 분양전환을 하게 되면 임대료를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건설사는 분양전환을 최대한 늦출 수 밖에 없게 된다. 이것은 실제로 전국의 공공임대주택에서 빚어지고 있는 일이다. 법적인 안정성을 말하지만 법률에 적합해야 한다는 법률적합성이나 임대주택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임차인들의 우선분양권이 침해되고 있다. 이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분양전환가격과 임대료를 둘러싼 갈등은 비단 일죽 IC타운에서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
◇ LH공사, 가격 갈등으로 2011년 이후 전국에서 280여건 소송
전국의 많은 공공임대주택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주된 공급자인 LH공사도 전국에서 이와 비슷한 가격 갈등으로 2011년 이후 2015년 4월까지 280여건의 소송에 휩싸여 있다고 LH공사 관계자는 말했다.
일죽 IC타운 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과 임대료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3심 대법원의 심리 일자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을 통해 임대료가 집값보다 높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바로 잡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