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던진 야권통합 제안으로 야권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천정배 대표와 김한길 선대위원장, 박지원 의원이 야권연대나 통합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국민의당은 내분 양상까지 치닫고 있다.
특히 더민주 김종인 대표와 국민의당 김한길 선대위원장 사이에선 당 대 당 통합을 전제로 야권 단일후보를 뽑을 별도의 공천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선대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는 3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데 객관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독립적인 공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양당의 후보를 검증하고 단일후보를 선택하는 일종의 외부 공천관리위원회를 두자는 것이다.
별도 기구를 두는 것은 야권 단일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자신의 입장만 강조하다가 갈등이 생기면 후보 단일화를 이룰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야권은 과거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몇차례의 단일화를 추진했지만, 그때마다 양 세력이 마찰을 빚으며 지루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런 과정에서 여당이나 보수층으로부터 밀실 야합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이 관계자는 야권연대가 아닌 통합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야권 통합보다 연대가 더 어렵다"고 전했다. 특정 지역을 놓고 양보없는 협상을 벌이다보면 곳곳이 지뢰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대당 통합을 전제로 독립적인 공천기구를 둘 경우 단일화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을 줄일수 있다는 게 통합파들의 판단이다.
여기에는 양당을 대표하는 인물 뿐아니라 학계, 시민단체 등도 참여하게 된다.
김 대표가 야권통합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것도 절차적으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김종인 대표가 야권통합을 물밑에서 제안했을때 김한길 위원장은 "총선까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양당이 물밑 접촉을 통해 조율한 뒤 발표하는 야권연대는) 감동도 없다"며 "야권연대를 제안하려면 공개적으로 하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민주는 통합을 전제로 한 공천작업을 벌이고 있다. 예비 후보들에게도 해당 지역구가 통합 과정에서 전략지역으로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공지하고 이에 동의하는 서약서를 받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안철수 대표는 김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에 대해 "비겁한 정치 공작"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안 대표는 특히 "(김종인 대표가) 심지어 안철수만 빼고 다 오라, 다 받겠다 이런 오만한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대체 우리 당을 얼마나 만만하게 보면 이런 막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격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김 대표는 안 대표가 문제삼고 있는 발언에 대해 "나는 그런 뜻의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야권통합을 이루려면 일단 안 대표의 반발을 돌파해야 한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안 대표의 통합 반대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한 의원은 "안 대표가 당 대표로서 독자 생존의 길을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통합에 반대만 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했다.
야권통합을 이루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점도 큰 변수다.
총선 후보 등록일까지 불과 20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자 진행하고 있는 공천작업을 원점으로 돌리고 별도기구를 구성해 다시 통합후보를 정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