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일제 식민통치 지배구조의 흐름과 변화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일제식민통치기구 사전이 발행될 예정이어서, 친일잔재 청산 작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8일 "지난 2009년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 데 이어 6년만에 '일제식민통치기구사전' 1권 통감부·조선총독부 기구편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5월 발간 예정인 이 사전은 통감부(統監府)·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 본부와 소속관서, 지방관서, 각종 위원회 등 식민통치기구들을 총망라해 각 기구들의 설치 목적, 조직과 기능, 연혁과 변화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1905년 대한제국(大韓帝國) 시기부터 1910년 한일합방을 거쳐 1945년 8·15 해방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를 수탈한 일제의 통치기구인 통감부와 조선총독부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첫 사전인 셈이다.
사전에 따르면, 일제는 중일전쟁(1937년~1945년)과 태평양전쟁(1941년~1945년)의 전시체제기로 들어오면서 감옥의 수형자들까지 직접 노무작업에 동원했다.
수형자들은 1940년부터 감옥 밖 작업에 동원되기 시작했고, 1943년 이후에는 형무소 별로 만들어진 작업대와 보국대에 편성돼 '외역작업'에 대거 동원됐다고 한다.
또 1919년 3·1운동 이후 수형자가 급증하면서 3·1운동 직전 간수(看守)의 수가 1,249명에서 1920년 10월 1,910명으로 크게 증가한 부분도 눈에 띈다.
조선총독부는 사안이 있을 때마다 수많은 위원회를 남설(濫設)해 조선의 인적·물적 자원 약탈에 활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위원회 설치는 전시체제기에 특히 심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조선총독 및 정무총감을 위원장으로 하는 총 130여개의 위원회를 확인해 그 성격과 기능을 밝혀냈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잘 알려진 위원회는 개별적으로 연구된 적 있었는데 그런 것은 소수에 그쳤고, 전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씨사편찬위원회(朝鮮氏史編纂委員會)는 1941년 일본식 성명 강요(창씨개명) 과정에서 조선 성씨에 대한 기록을 남겨 놓을 필요성에서 만들어졌지만 성과물을 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기업정비위원회는 태평양전쟁의 전황이 일본에 극히 불리하게 돌아가자 1943년 9월, 효율이 떨어지는 기업들을 강제로 폐업시키고 군수관련 업종만 집중적으로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동안 일제강점기에 존재했던 각종 식민통치기구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않다 보니, 학계에서는 일제의 식민통치 전반을 아우르는 연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전 발간으로 일제 식민통치의 본질과 성격을 이해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토대가 구축된 만큼, 앞으로 관련 연구 활성화는 물론 친일잔재 청산작업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내부 연구 역량을 총동원해 3년간의 노력 끝에 출판을 앞두고 있는 '일제식민통치기구사전' 1권 통감부‧조선총독부 기구편은 원고지 약 4천매, 7백여 쪽 분량으로 집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