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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군대는 영화일뿐…AI 무서워말고 공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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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군대는 영화일뿐…AI 무서워말고 공생해야"

    [포스트 휴먼 AI②] "인간 가치는 영원"…AI 시대에 맞는 윤리 확립 필요

    (사진=영화 '에이 아이' 스틸컷)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계기로 인간을 뛰어넘은 인공지능이 결국 인류의 종말을 부를 것이라는 두려움이 퍼지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대량 실업이 발생하고, '정보를 독점한 빅 브라더가 사회를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는 'AI포비아'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그러나 이는 '시기상조'이고, '기우'라는 의견이 많다. 특히 전문가들은 세계적 흐름이 인공지능 개발로 집중되는 가운데, 이미 출발도 늦은 우리나라가 이 속도마저 따라가지 못하면 '국제무대에서 소외될 수 있다'며 'AI 공포 현상'을 거꾸로 걱정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한 만큼, 인공지능이 조력자로서 인간과 같이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이들은 당부한다.

    ◇ AI 늘수록 창의성·판단력·직감 등 인간 고유 역량 중요한 직업 "계속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육체노동과 반복적인 사무 업무는 기계로 대체되겠지만, 인공지능이 우리 삶 곳곳에 침투할수록 "창의성이나 판단력 등 인간 고유 역량이 중요한 직업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이 입력해주는 데이터로 학습은 할지라도 인간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나 생각을 떠올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100만 년 동안 타자기를 제멋대로 두드리고 있지만,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여러 장르로 재탄생하고 노벨문학상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CG 기술의 발달에도 스티븐 스필버그의 명성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머릿속에 있는 장면 그대로 재현해내고, 관객에게 감동을 전달하기가 훨씬 수월해진 세상이 온 것이다. 로봇이 금융 기사를 쓰고 금융 상품을 추천하더라도, 좋은 기사를 구상하는 것도,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모두 인간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오준호 카이스트 휴머노이드 로봇연구센터 센터장은 "추론은 인공지능이 더 잘하지만, 이것으로 창조하는 건 사람"이라면서 "그동안 기계들이 육체노동을 가져갔다면 이제는 로봇이 정신노동도 가져가 사람은 더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의 셈세한 지각과 빠른 순발력, 또 이른바 '감'이라고 하는 인간만의 감각을 요구하는 직업 또한 인공지능에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을 전망이다. 기계가 사람 대신 빵을 포장하더라도, 레시피 없이도 '적당히' 감으로 된장찌개를 끓이는 그 '손맛'을 재현해내지는 못한다. 기계적으로 머리를 빨리 자를 수는 있어도 개성이 모두 다른 고객의 얼굴과 분위기에 맞는 헤어스타일을 만들어주는 것은 오직 사람만의 영역이다.

    로봇 과학자인 한스 모라벡은 "컴퓨터가 똑똑해지기는 쉽지만 한 살짜리 아기 수준의 지각과 이동능력을 갖추는 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모라벡의 역설'이라 불리는 이 얘기는 쉽게 말해 '인간에게는 쉽고 자연스러운 일이 오히려 로봇에게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어떻게 보면 노동일 수 있지만, 인간의 '감'이 필요한 정원사, 요리사, 미용사 등의 직업은 기술 발전과 상관없이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했다.

    생각해보면, 집안일을 도와주는 로봇 청소기도 나왔지만, 이는 바닥의 먼지만 빨아들일 뿐이다. 로봇 청소기를 돌리려면 청소기가 잘 다닐 수 있도록 사람이 의자도 올려야 하고, 청소기에 들어가면 안 되는 물건까지도 대충 치우는 등 '길을 터줘야만' 한다. 아이가 어지러 놓은 바닥과, 일주일 치 밀린 설거지를 한 뒤 수납까지 해 줄 로봇은 아직 한 대도 없다. 즉, 집을 치운 뒤 주인이 원하는 자리에, 딱딱 넣어줄 로봇이 나오기까지는 우리가 우려하는 것보다는 늦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교수는 "중학생 수준의 인공지능은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내도, 그것을 학교에 보낼 수는 없다"면서 "사람처럼 걷고 뛰고 차가 오면 피할 수 있는 로봇이 나오는 건 아주 아주 먼 미래의 얘기"라고 말했다. '로봇군대' 얘기는 어디까지나 영화 속 시나리오일 뿐이고, 현실적으로는 굉장히 어렵고 불가능하다"며 거듭 강조했다.

    또 인간을 상대로 협상하거나 상호 협력을 끌어내고, 레크레이션 치료사, 건강과 관련한 사회복지사처럼 직접 얼굴을 맞대야 하는 직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가장 늦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 'AI시대' 로봇과 얼마나 협력하느냐에 보수가 달라질 것…AI가치는 現世 인간의 몫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을 결코 위협하지 못할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한다. 이미 인공 지능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인 만큼 인간의 통제력을 통해 역기능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김진형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장은 "그 변화에 우리가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 산업사회에서 만들어진 여러 가지 제도와 규정 같은 것들이 새로운 세상에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교수이자 '제2의 기계시대' 저자인 에릭 브린욜프슨은 '앞으로는 로봇과 얼마나 잘 협력하느냐에 따라 보수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저서에서 IBM 인공지능 닥터 왓슨을 예로 들었다. 컴퓨터가 미리 정해진 규칙과 기존 사례들로부터 추정해 많은 사례를 규명할 수는 있겠지만, 인간 진단학자는 닥터 왓슨이 의학 훈련을 모두 마친 뒤에도 여전히 가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색다르고 특수한 사례들이 불가피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단순히 고속도로의 정상 주행 조건에서 운전하는 차보다 모든 조건에서 100%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것이 더 어렵듯이 가능한 모든 의학 사례를 다룰 수 있는 기계 기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가장 흔한 사례들을 다루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라고 그는 얘기한다. 이에 따라 "인간과 닥터 왓슨은 경쟁자가 아니고, 각자 혼자 일하기보다는 협력하는 편이 훨씬 더 창의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인공지능이 '새로운 혁명'을 가져다줄지, '악을 소환'하는 셈이 될지는 미래를 준비하는 현재 사람들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백종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로봇윤리보다는 노동윤리가 더 중요하고, 노동에 재배치를 통해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거기에 로봇을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NEWS:right}

    AI포비아를 확산시킨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는 알파고의 승리로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이 퍼진 데 대해 "아직 인공지능 기술은 초기 단계밖에 오지 못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은 하나의 도구고, 또 인간이 훨씬 많은 일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라면서 "앞으로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딥마인드가 구글에 인수될 때 우리가 첫 번째로 내건 조건이 '윤리위원회'의 설치였다. 인공지능이 소수의 사람이 아니라 다수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이 돼야 한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고 우려를 불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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