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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의 속셈 "유승민 고사시켜 비박 세력화 차단"

국회/정당

    친박계의 속셈 "유승민 고사시켜 비박 세력화 차단"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유승민계와 비박 진영에 대해 이른바 '공천학살'을 단행한지 만 이틀이 지났지만 정작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는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최근 "굉장히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한데 이어, 김태호 최고위원은 17일 "모든 심판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후보공천은) 후보등록(24~25일) 전까지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해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 정체성에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은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게 해야 한다"며 사실상 '유승민 찍어내기'를 예고했던 이한구 위원장이 속전속결로 휘두르던 칼을 멈추고 뜸들이기에 들어간 이유는 뭘까?

    우선 명분 부족 및 여론의 역풍을 우려한 숨고르기로 보는 시각이 있다. 새누리당의 한 비박계 의원은 "위에서는 자르라고 하는데 밑에서는 원내대표까지 지낸 유 의원을 공천배제할 명분도 없고, 자르면 역풍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지켜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따로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바로 무소속연대 출범 등 세력화 기회를 차단하기 위한 시간벌기용이라는 관측이다.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한 현역의원은 "유승민 의원으로 하여금 독자행동의 명분을 안주고, 세력결집의 기회를 안주려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천과 관련해 가타부타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시간을 끌면 먼저 탈당할 명분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이재오 의원과 가까운 또다른 관계자도 "가급적 시간을 끌면서 세력화하는 기회를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4.13 총선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후보등록일도 일주일 여 남은 상황에서 이같은 공천 보류 조치는 유승민 의원의 발을 묶어 정치적 행위를 제약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친이계로부터 공천학살을 당한 친박계는 서청원 의원 중심으로 친박연대를 결성해 수도권과 중부권을 중심으로 14석을 획득했고, 김무성 대표 중심의 무소속 연대는 부산과 영남권에서 12석을 얻었다.

    반대로 이번 총선에서 반박 진영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 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만일 무소속연대가 성사된다면 그 중심은 이재오, 유승민 의원 등이 될 공산이 크다. 유승민 의원도 공천 탈락이 확정된다면 중대결심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공천 여부에 대한 결론을 후보등록 직전까지 지연시킬수록 시간은 여권핵심부 편이라는 것이다.

    또다른 배경에는 이른바 '유승민 고사작전'이 숨어있다. 공천학살의 칼을 휘둘러 청와대와 친박 핵심부가 직접 피를 묻히기 보다 가급적 시간을 끌어 스스로 걸어나가도록 심리적 압박을 가한다는 해석이다. 다른 한편으로, 여론의 역풍을 고려해 공천을 주더라도 잠재적인 TK 맹주로 꼽혀온 유 의원의 힘을 빼려는 의도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비박계 정치인은 '유승민 바보만들기'를 우려했다. 측근들이 대거 공천배제된 마당에 유승민 의원만 살려준다면 유 의원의 정치적 입지만 극히 좁아진다는 것이다.

    유 의원과 가까운 재선의 조해진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까지 공천관리위원회가 해 온 결정을 보면, 꼼수 결정을 할 것 같고, 만일 그런 결정이 내려지거든 유승민 의원은 바른 판단을 하고 바른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에 대한 당의 공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고, 이럴 경우 수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 의원은 "당 공천관리위나 지도부가 국민을 실망시키고 당원을 배신하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비박 무소속 연대 결성이)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 16일 이후 이틀째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칩거중이다.

    {RELNEWS:l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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