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3선) 의원이 탈당을 감행한 다음날인 24일 그의 지역구 대구 동구(을) 민심에는 동정론이 퍼져 있었다.
그러나 막상 무소속 출마에 따른 승률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유 의원이 '큰 인물'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의 갈등을 못마땅해 하는 주민들의 경우엔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대구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후보 4인(이재만‧정종섭‧추경호‧이인선)의 공천장(狀) 추인을 끝내 거부하며 '옥새투쟁'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민심은 크게 술렁였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기 위해 대구 동구 화랑로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서며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탈당 아니라 쫓겨난 것" VS "대통령 먼저 배신"▶ 택시기사: 대구사람이 정권 잡으면 뭐하노? 국회의원이 파워가 있어야 땡기는데, 위에서 딱 찍어내려 보내니 예산을 못 받아 오는 거야. 초뺑이(초선)은 안 돼요.▶상인: 그럼 생전 초뺑이 안 나오겠네? 신진 세력으로 잘하는 사람이 올라와야 되고, 위에서 많이 한 사람은 내려가야되고. 자꾸 이래 물갈이로 바꿔 줘야 되지.대구 방촌동 강촌마을의 목요시장 어귀에서 두 사람의 다툼이 벌어졌다. 유 의원을 지지하는 택시 운전사는 이른바 ‘큰 인물론’을 폈다. 유 의원이 4선이 돼야 방촌동이 속한 동구가 발전된다는 논리였다.
반면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물갈이론'으로 맞서며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옹호했다. 같은 의원이 100년, 200년 한다고 동네가 잘 되는 것 봤느냐는 논리를 폈다. 상인은 17대 총선 당시 유 의원과 이강철 전 의원이 맞대결했던 상황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이 와서 2박3일 동안 선거 운동을 해줬다니까. 그런데도 (유 의원이) 공(功)을 모른다니까요"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과 이 전 청장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 여론은 첨예하게 엇갈렸지만, 새누리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가 시간 끌기로 유 의원의 탈당을 유도한 것에 대해선 '꼼수'라는 지적이 빗발쳤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하모(59)씨는 "방법이 잘못됐다. 죽여도 이렇게 죽여서는 안 된다"며 "공천을 안 주려면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지, 최고위하고 공관위하고 직무 유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한 여성 당원은 "그게 탈당입니까, 쫓겨난 거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밤 대구 동구 화랑로 자신의 사무실에서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유승민 '단독 후보' 가능성에 촉각상설시장인 방촌시장에는 상인들 사이에 유 의원에 대한 조직적인 ‘지지’ 기류가 형성돼 있었다.
이날 오후에 접어들면서 김 대표가 이 전 청장을 공천한 공관위 결정을 보류했으며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에 내려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자 '25일까지 버티면 유 의원이 단수 후보가 된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상인 최모(여)씨는 "김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하면서 '보류'로 나오데?"라고 되물은 뒤 "김무성이가 도장 안 찍어주면 (이재만이) 안 되는기라"라며 통쾌해 했다.
최씨는 "만날 대통령이라고 다 이카면(이렇게 공천하면) 되나"라고 반문하면서 "가정에서는 아버지 말을 듣고 이래 하지만 나라에는 바른 말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잖아"라고 유 의원을 두둔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의 의결을 보류한 지역구 5곳에 대한 무공천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유 의원에게 경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점을 성토하는 여론이 다수였지만, 같은 이유로 이 전 청장의 출마를 원천적으로 막은 김 대표의 결단을 비판하는 여론도 있었다.
김 대표가 결국 친박계와 타협을 통해 진박 후보 일부만 공천하는 대신 유 의원만 단수 후보로 나가게끔 길을 터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