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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의 목소리] "내가 이중인격자가 아닐까"

사회 일반

    [416의 목소리] "내가 이중인격자가 아닐까"

    페이스북 '416의 목소리' 캡처

     

    '416 기억저장소'가 기획한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열두번째 손님은 故남지현 학생의 언니 서현 씨입니다.

    지현이의 둘째 언니, 지현이보다 6살이 많아 막내의 온갖 투정도 너그러이 받아줬던 언니 서현 씨. 그런 서현 씨가 2014년 4월 16일 이후 '원래의 남서현'을 잃어버렸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원래의 자신을 점점 잊어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모든 걸 바꾸어 놓았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세월호 얘기를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다가도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는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냅니다.


    "어느 순간 무서운거예요. 내가 이중인격자가 아닐까. 저 때문에 분위기가 다운되고 친구들이 불편해하고 그런게 싫으니까 웃고 떠들기도 했어요. 친구들은 웃고 있는 저만 봤겠죠. 그런데 집에와서는 밖에서 웃은만큼 울어요. 밖에서 나를 숨기면 숨길수록 그게 더 힘들게 다가왔어요"

    사실 서현씨는 지현이의 고등학교 선배입니다. 2013년 지현이가 '어느 학교로 갈까'를 고민할 때 단원고를 적극 추천해 후배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두고두고 후회가 됩니다.

    "어느 날은 자고 일어났는데 제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어요. 너무 분해가지고. (동생에게 단원고로 가라는 한) 제가 너무 싫어가지고... ..."

    2015년 11월 11일. 지현이 친구들이 수능을 보는 날이었습니다. 6년 전 지현이는 언니에게 수능 잘보라는 편지를 써줬습니다.

    남서현 씨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지현이의 손편지

     

    서현 씨는 지현이가 써줬던 편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돈이 없어 초콜렛 하나를 사서 색종이로 포장해줬던 막내. 그땐 초등학생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커서. 지현이가 수능 볼 나이가 됐는데 지현이가 없네. 이번주가 통째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이렇게 힘들 수가"라고 적었습니다.

    애증이 교차하는 학교가 됐지만 '단원고 교실 존치 문제' 때문에 서현 씨는 또 한번 상처를 받았습니다. 유가족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교당국과의 갈등을 두 눈으로 지켜봐야 했으니까요. 서현 씨에게 단원고는 이제 어떤 의미일까요. 사고 당일 학교로 달려갔던 서현 씨는 체육관의 대형 스크린에 '전원 구조 오보. 대부분 배 안에 있는 것으로 추정'이라는 속보가 떴을 때를 잊을 수 없습니다. 순간 체육관이 온통 비명과 오열로 뒤덮였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이 잊혀지지도 않을 뿐더러 자꾸 꿈에도 나옵니다.

    지현이의 장례식이 끝난 후에도 악몽이 계속됐습니다. 유가족에 대한 심리치료가 진행됐지만 도리어 상황은 더 악화됐습니다.

    "사실 충격에 제대로 말도 못하는 상황이었고, 물도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 상담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 폭행'이었다고 생각해요. 상담을 하신 어떤 교수님은 '너의 치료기간을 2,3년으로 보고 있다'고 얘기를 했는데 갑자기 화가 났어요. 어떻게 나한테 2년 안에 이 치료가 끝날 수 있다고 얘기를 할 수 있는지. 사실 저희는 일종의 마루타 였다는 생각도 했어요"

    세월호 유족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뭘까요. 말도 안되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들의 '혐오어린 시선'과 그에 대한 '말없는 동조' 입니다.

    "유가족 분중에 어떤 분이 운전면허 학원에 가서 안전교육을 받았는데 한 강사분이 '바다에서 사람이 죽으면 무슨 무슨 물고기가 많이 나온다더라. 나는 당분간 그 물고기를 먹지 않을 생각이다. 여러분도 먹지 않는게 좋다'고 말한 거죠. 그런데 그 강의실에 40명 정도 있었는데 단 한명도 거기에 반박하지 않고, 심지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었다는거예요"

    이제 곧 세월호 2주기가 다가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서현 씨에게는 오늘도 4월 16일이고 내일도 4월 16일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벌써 세월호가 2년이나 지났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합니다. 서현 씨를 2014년 4월 16일 이전의 '남서현'으로 되돌릴 수는 없을까요.{RELNEWS:right}

    "사실 불가능한 것 같아요. 진상 규명이 되고 책임자 처벌이 되면 저희가 1차적으로 받은 상처들이 아물기는 하겠지만 사실 그것도 무서운거예요. 진상규명이 되면 다 끝나는 건가요. 과연 부모님들이 견딜 수 있을까요. 그런데 도대체 어느 시점에 저희가 치유가 될 수 있겠어요?"

    '416의 목소리' 방송은 매주 팟캐스트 포털서비스 ‘팟빵’, 416의 목소리 페이스북 페이지, 노컷뉴스 홈페이지 등에서 청취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가족의 소리를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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