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미래차 사업을 광주에 유치하겠다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약 때문에 삼성이 고민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6일 국회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광주를 미래형 자동차 생산의 산실로 만들겠다"며 삼성 미래차 산업을 광주에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당의 지지기반이었던 호남 민심이 여전히 싸늘한 가운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김 대표는 이날 특별기자회견에서 "광주는 미래형 자동차 산업의 육성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면서 "광주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삼성 미래차 산업 광주 유치'를 중앙당 차원의 공약으로 승격하고 총력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투자촉진을 위한 정부 보조금 확대, 민간투자유치를 위한 각종 세제지원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전장사업 핵심사업부를 광주에 유치하면 5년간 일자리 2만개를 만들 수 있다는 '표심잡기용 당근'도 제시했다.
그는 또 "정치도시 광주는 이제 경제도시로 도약해야 한다. 사회민주화 성지 광주는 이제 경제민주화와 발전의 성지로 한 발 더 나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4.13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렇게 제 1야당 대표가 직접 광주 지원사격에 나서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발끈하고 나섰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삼성 미래차 산업 광주에 유치공약에 대해 "5공식 발상"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안 대표는 김 대표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삼성 미래차 산업 광주 유치를 중앙당 차원의 공약으로 승격하고 총력 지원하겠다"며 광주에 러브콜을 보낸 것에 대해 "정치가 시키면 기업이 무조건 따라간다는 5공식 발상이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공약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동시에 김 대표의 국보위 경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국민의당 후보들이 광주에서 한창 승기를 잡고 있는 가운데 김종인 대표가 내놓은 광주 표심 잡기 '당근'이 자칫 국민의당 지지율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광주 표심을 두고 벌이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두 야당의 샅바싸움 때문에 정작 큰 고민에 빠진쪽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제1 야당 당대표까지 직접 나서 공약을 발표한데다 자사 출신의 야당후보도 있어 이러기도 저러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측은 이에대해 "전장사업은 이제 막 시작하려는 단계이며, 투자 등에 대해선 아직 검토된 것이 없다"는 애매한 답을 내놨다.
실제로 전장사업은 삼성전자가 지난해말 사업부서를 신설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방향이나 투자계획이 잡힌 것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이런 애매한 대답에는 제 1야당과 제 2야당의 공방에 휘말려 들수도 없고 그렇다고 강력하게 부인해 한쪽의 편을 들기도 어려운 기업의 복잡한 심경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측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약발표와 관련해 사전에 조율이나 협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을 두고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지만 기업의 미래가 걸린 투자사업을 두고 정치권의 풍향에 따라 쉽게 몸을 움직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