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을 치른 뒤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에 무단침입해 필기시험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시킨 20대 남성이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6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한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인사혁신처 컴퓨터 2대를 3차례에 걸쳐 12시간 넘게 사용하면서 합격자 명단 등을 조작했는데도 인사혁신처는 최초 접속 후 엿새만에야 뒤늦게 외부인 침입 흔적을 발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사혁신처 황서종 차장은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시험의 합격자를 조작한 송모(26)씨가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의 담당 사무관과 주무관 등 2명의 컴퓨터에 3차례 접속했다고 밝혔다.
송씨는 24일 밤 11시 35분부터 11시 58분까지 23분간 1차로 주무관 컴퓨터에 접속한 데 이어 26일 오후 9시 5분부터 27일 오전 5시 35분까지 무려 8시간 30분 동안 2차로 주무관 컴퓨터에 접속했다.
송씨는 27일 오전 2시 2분부터 5시 14분까지 3시간 12분 동안은 담당 사무관의 컴퓨터에 접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씨는 담당 사무관과 주무관 컴퓨터에 모두 접속해 자신의 시험 성적을 45점에서 합격선인 75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시험성적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는 또 한글 문서로 작성된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합격자 명단도 조작했다.
그런데도 인사혁신처는 송씨가 최초로 담당 공무원의 컴퓨터에 접속한 지 엿새만에야 담당자들이 자신의 컴퓨터에 외부인의 침입 흔적을 발견해 상급자에게 보고했다고 밝혀 정보보안에 대한 허술한 보안의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인사혁신처는 송씨가 최초로 컴퓨터에 접속한 24일 다음날인 25일에는 담당 주무관이 침입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고, 28일 월요일에야 사무관이 자신의 컴퓨터에서 외부인 침입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담당 사무관은 통상적인 내부 보안점검 차원에서 내부자가 자신의 컴퓨터에 접속한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무시했다가 이틀 뒤인 30일에야 정식으로 지휘계통을 통해 외부인 침입 흔적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30일과 31일 자체 내부 조사를 거쳐 4월 1일에야 정식으로 경찰청에 비공개로 수사를 의뢰했다.
결국 송씨가 24일 최초로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 주무관의 컴퓨터에 접속한지 엿새만에야 담당자가 외부인 침입 흔적을 발견했고, 8일만에야 경찰에 수사의뢰가 이뤄진 것이다.
이밖에 송씨가 심야에 인사처 담당자의 컴퓨터에 접속한 것은 물론 문서까지 출력해 파쇄기에서 문서를 파쇄까지 했는데도, 청사 순찰을 하는 방호원 등에게 적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정부청사 보안에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