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중 총기 결함 사실을 보고했지만 묵살당한 뒤, 제대 후 국민신문고에 제보를 해서야 문제의 총기가 고쳐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
제보자는 이 과정에서 군 시절 상관으로부터 협박성 발언까지 들어야 했다.
◇ 기관총 약실에 걸린 실탄…매주 보고했으나 '묵살'육군 등에 따르면, 박모(21)씨가 수도방위사령부 제56사단에서 다목적기관총 M60 사수로 근무한 건 지난해 7월부터.
M60은 육군 소규모 보병부대에서 사용하는 총기중 가장 위력적인 무기로, 우리 군은 물론이고 미국, 호주 등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자동화기 중 하나다.
1950년대부터 만들어져 최근까지 생산되고 있으며, 영화 '람보'의 주인공이 한손으로 들면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박씨가 10여 차례 훈련중 이 총을 쏠 때마다 별안간 실탄이 기관총 내 약실에 걸리면서 매번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보다 못한 그는 이때부터 5개월간 매주 한번꼴로 대대 군수과장, 중대장, 행정보급관 등에게 수리를 요청했으나 결국 묵살된 채 전역해야 했다.
◇ 5개월 무시하다가, 국민신문고 접수 사흘만에…전역한 뒤에도 후임병들이 걱정된 박씨는 지난 2월 결국 국민신문고 민원게시판에 총에 결함이 있으니 점검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5개월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던 군이 민원접수 사흘만에, 해당 총기의 고장을 인정하고 곧바로 정비반에 입고했다고 밝혔다.
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실무자인 군수과장이 보고를 누락하고 상부에 건의하지 않아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난해 11월에 교육 입교 과정에 들어가면서 빠뜨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수도방위사령부 측은 "지난해 7월 이후 6차례나 장비 정비를 했으나 총기의 수량 파악, 구성품 확인, 외관 파손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보다 보니, 해당 총기의 결함이 발견되지 못했었다"고 밝혔다.
◇ 어느 날 옛 중대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 과정에서 전 중대장 김모 대위는 전역한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전역한 네가 이런 걸 던져주니 너무 기분이 나쁘다"며 "얼굴 한번 보자"고 종용했다.
이어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박씨는 "부대에 있을 때부터 상당히 무서웠던 사람인데, 전화번호뿐 아니라 주소까지 갖고 있다고 생각하니 보복할까 두려웠다"며 "아직도 그때 생각을 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고 밝혔다.
김 대위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민원인에게 직접 전화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위협으로 느낄 수 있겠으나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