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지지가 10%가 넘어가 버리면 더민주 표를 많이 뺏어가 버리니까 어부지리로 새누리당만 유리하게 되지 않겠어요?”
“기존 정치에 질린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소신껏 투표하는 사람이 많다고 봐요”
4.13 총선이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수도권 야당 지지자들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가장 많은 의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절반 넘는 지역구가 아직까지도 판세 예측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총선구도가 안개 속에 가려져 있지만, 3당구도가 현실화 되면서 야당이 수도권에서 완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민주는 선거 기간 내내 국민의당과 통합 또는 후보연대를 통해 수도권에서 새누리당과 1:1 구도를 만들려 노력했지만 1여(與)2야(野), 더 나아가 1여(與)다야(多野) 구도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제3당인 국민의당의 기세가 만만치 않자 이제 더민주는 야권 지지자들에게 ‘전략적 선택’을 통해 표를 몰아달라며 막판 읍소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11일 대국민성명을 통해 “가짜 야당이 아니라 진짜 야당을 찍어달라“고 호소했다.
당선 가능성이 있는 야권 후보에 표를 몰아주자는 더민주의 ‘전략적 선택론'에 호응하는 유권자들은 대부분 거대 여당의 출현에 부정적이거나 두려움을 보였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부부는 ‘전략적 선택’에 “좋은 생각 같다”고 공감했다.
남편 박주오씨는 “어차피 야당표가 분산 되면 여당한테 유리하다"면서 "기왕이면 당선될 확률이 높은 사람한테 표를 몰아주면 싸움이 된다"라며 표심 단일화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미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전략적 선택’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의견도 있었다.
강서구 화곡동에 거주하는 양승철(남.57)씨는 “전략적 선택이 이뤄지더라도, 야권이 분열돼 있는 상태에서 0.1%라도 나눠져버리면 야권은 이길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전략적 선택’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넓게는 ‘거대여당 견제’라는 공통된 목표가 눈에 띄었지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유는 상당히 다양했다.
마포구 망원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70대 남성은 “내가 안철수를 좋아하는데 당선될 가능성을 보고 더민주 후보에게 표를 주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이철순(남.70)씨는 “기존 정치에 질린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소신껏 투표하는 사람이 많다고 본다"며 기존 양당 체제에 대한 혐오감이 전략적 선택을 가로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역구 후보는 더민주에게 투표하더라도 정당 투표는 다른 당에 투표하는 교차투표 의사를 밝힌 야당 지지자들도 상당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지역구 후보자는 당선 가능성이 더 높은 더민주에 표를 주고 정당은 국민의당에 표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권 지지자들은 전략투표가 실제 투표 판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다.
용산구 주민 김모(남.62)씨는 “야권 분열은 더민주가 해놓고 이제와서 표심을 통한 단일화를 하려는 건 너무 늦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더민주는 수도권의 야권지지자들이 ‘이길 정당’에게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실제로 투표당일까지 수도권 접전지역이 과반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한다면, 야권 지지자들이 ‘전략적 선택’을 시도할 경우 판세를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성 야당 더민주에 대한 실망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어 투표장 안으로 들어설 때까지 정권심판과 양당체제 개편을 놓고 야권지지자들의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