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서울대병원장에 지난 2월말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서창석(55) 산부인과 교수가 낙점될 것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 주치의가 돌연 사표를 내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서울대병원장에 도전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어서, 정치권의 '진박'(眞朴)에 이은 의료계의 '진박(診朴)'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12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신임 원장 2차 면접 평가와 투표를 통해 서창석 산부인과 교수를 1순위 후보로 교육부 장관에게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서울대병원장인 오병희 순환기내과 교수는 2순위 후보로 명단에 올랐고, 1차 서류평가를 통과한 방문석 재활의학과 교수는 전날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날 선정된 복수 추천 명단은 교육부에 전달되며 서울대 부총장 출신이기도 한 이준식 교육부 장관이 한 명을 제청하면 박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서울대병원 안팎에서는 지금까지 1순위 후보자가 차기 병원장으로 최종 결정돼온 만큼, 서 교수 선임을 거의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교육부 관계자도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이사회의 추천 결정을 존중하는 쪽으로 제청이 이뤄질 것으로 안다"고 내다봤다.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서울대 총장과 의대 학장, 서울대병원장, 서울대치과병원장, 사외이사 2명과 당연직 이사에 교육부·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차관 등 9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평가와 투표엔 연임 후보로 나선 오병희 원장을 제외한 8명이 참여했다. 현 오병희 병원장의 임기는 5월말까지로 차기 병원장 임기는 6월부터 3년간이다.
1961년생인 서 교수는 경기고와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2003년부터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기획조정실장 등을 맡아왔다.
2014년 9월 차관급인 박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된 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과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2월말 청와대에 사표를 낸 뒤 이번 병원장 자리에 도전장을 냈다.
서 교수의 차기 원장 가능성에 대해 서울대병원 노조 등은 "사실상의 청와대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이하 노조)는 지난 7일 낸 성명서를 통해 "서 후보는 서울대병원 본원에서 교수생활이 짧아 병원장으로 거론되지 않던 인물"이라며 "청와대가 병원장으로 내리꽂는 비민주적인 방식으로는 서울대병원을 국민의 병원으로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또 "만약 청와대의 힘으로 원장이 된다면 그 하수인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할 뿐, 정권의 지시에 반하더라도 공공의료기관과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서울대병원장으로서의 역할은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세간의 관측대로 서 교수를 차기 원장으로 임명할 경우, 병원 내부의 반발과 갈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