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 동거차도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카메라로 인양 작업을 바라보고 있다. CBS 스마트뉴스팀 김세준 기자
"윤민아, 소연아, 예슬아! 보고싶다…"
울음 섞인 목소리가 전남 진도 동거차도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바다를 향한 "보고싶다"는 외침은 멀리 가지 못하고 허공을 맴돌았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둔 지난 14일 밤. 사고 해역에서 2.6km 떨어진 동거차도 '보퉁굴' 언덕에 단원고 희생자들의 '아빠'가 있었다.
단원고 2학년 3반 윤민이 아빠 최성용(55)씨, 예슬이 아빠 박종범(50) 씨, 그리고 소연이 아빠 김진철(53)씨가 일주일째 머물고 있다.
유족들은 지난해 8월부터 동거차도 바닷가쪽 언덕에 천막을 치고 인양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불허로 그동안 인양과정을 참관할 수 없었던 가족들은 그나마 가까이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기 위해 이 곳에 감시 초소를 마련했다.
CBS 스마트뉴스팀 김세준 기자
이번이 세 번째 동거차도행이라는 윤민이 아빠 최씨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정부의 말은 믿을 수 없어 직접 나와 있다"고 말했다.
"그 많은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정부니까 우리 가족들은 믿음이 안 가잖아요. 지금까지 우리 가족들을 대하는 정부를 보면 도저히 믿음이 안 가니까."
인양 업체인 상하이 샐비지의 야간 작업이 이어지자 아빠들은 의자에 앉아 직접 구입한 망원 카메라를 켰다.
그러나 밤안개가 짙어지면서 크레인 불빛은 별빛만큼 작아졌다. 그나마도 안개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길고 긴 밤, 아빠들은 인양 감시 대신 배 안에 있던 300명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외로움과 슬픔을 달랬다.
윤민이 아빠 최성용(55)씨가 동거차도에서 인양 감시 일지를 쓰고 있다. CBS 스마트뉴스팀 김세준 기자
"아이들 이름 부르고 나니 속이 시원하네요. 여태껏 이런 적이 없었는데..."
2년이란 세월이 지나도 자식을 보낸 아픔은 무뎌지지 않았다. 예슬이 아빠 박씨는 "내 아이가 어떻게 사망했는지 납득할 수 있어야 적어도 아이를 마음 속에서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우리 예슬이 아직 여행중이라고 그래요. 아직 돌아오지 못했을 뿐이에요. 우리가 이사하고 예슬이가 꿈에 한 번 나왔어요. 짐을 싸더라고. 너 어디가려고 짐을 싸냐 하니까 아무 말 없이 짐만 싸..."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그동안 희생자 가족들의 인양 참관을 반대했던 해양수산부는 지난 14일 작업에 방해가 없는 선에서 유족들의 인양을 참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뒤늦게 밝혔다.
가족들은 세월호가 인양되는 7월까지 동거차도 천막에서 감시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왜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인양을 감시하냐고요? 역으로 우리가 정부에게 되묻고 싶어요. 피해자 가족들이 당연히 알 권리인데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왜 험지로 와서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