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5월호 바이블 소사이어티 레코드지에 실린 이수정의 한글 번역 주기도문. (자료제공 =박용규 교수)
이수정의 한글번역 주기도문이 실린 바이블 소사이어티 레코드. 1885년 5월 발행. (자료제공=박용규 교수)
1885년 한국인 최초로 신약성서 마가복음을 번역한 이수정 선교사가 주기도문도 한국인으로는 처음 번역한 것으로 밝혀졌다.
총신대 박용규 교수(한국기독교사연구소 소장)는 20일 이수정 선교사가 자필로 쓴 한글번역 주기도문이 미국성서공회가 발간한 잡지인 ‘바이블 소사이어티 레코드(Bible Society Record :BSR)' 1885년 5월호 지면에 소개됐다면서 사진을 공개했다. 이수정 선교사의 주기도문 번역본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BSR에는 이수정이 직접 한글로 쓴 주기도문이 ‘THE LORD'S PRAYER IN COREAN'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한글번역 주기도문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884년 존 로스 선교사가 번역한 마태복음서를 통해서다.
박용규 교수는 이수정의 주기도문 번역본이 로스 선교사의 번역본보다 1년 늦게 나왔지만, 더 완성된 형태라고 말했다.
“이수정 역본은 주기도문의 마지막 부분인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가 생략됐지만, 마지막 ‘아멘’까지 완역했다”고 설명했다.
또 번역을 비교하면 이수정의 주기도문이 존 로스 보다 더 자세하며, 로스와는 별개의 독자적인 번역사역이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여름 미 동부의 한 대학 도서관 고(古)문서실에서 이수정의 번역 주기도문을 발견했다는 박용규 교수는 그 출처를 추적하던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도 확인했다.
“주기도문이 실렸던 BSR의 1885년 11월 호에는 중국 센시(산시성) 남단에서 사역하던 미 성서공회의 권서인을 통해 이수정의 주기도문 역본이 5명의 한국인 상인에게 전달됐다는 기록이 실렸다”면서 이수정의 주기도문이 한국인들에게 복음의 접촉점을 만들어주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이수정이 미국교회에 선교사 파송을 호소하는 편지가 1884년 3월호 세계선교보고서 (The Missionary Review of the World : MRW)에 처음 실린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이보다 한 달 앞서 1884년 2월호 BSR지에 먼저 게재됐었다면서, 이는 언더우드 선교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1884년 BSR 2월호에 실린 이수정의 편지를 보고 선교지를 정하지 못했던 언더우드 선교사가 한국으로 선교지를 정한 것”이라면서 이수정의 호소가 결국 언더우드의 마음을 움직여 아펜젤러와 함께 한국선교에 발을 내딛게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용규 교수는 “이번에 새로 발굴된 자료들을 통해 이수정이라는 인물, 그 역할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민족 복음화를 위한 그의 열정을 보며 한국교회가 각성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