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을 통해 남편이 왜 자꾸 그러냐고 묻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럴 겁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세 번 씩이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남편 마음의 병을 진단한다면 트라우마 암 말기라고요. 사람의 몸무게가 체중계 보다 더 나가면 무게 측정이 안 됩니다. 남편의 고통도 어느 정도인지 측정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가끔은 가장 가까이 있다는 아내인 저조차도 남편의 생각과 행동이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은데, 제 3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당시 20여명의 아이들을 구해 파란바지의 영웅으로 불렸지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진단을 받은 채 3번이나 자해를 시도한 김동수(51)씨의 아내가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 남편의 고통은 '측정불가능'25일 오전 11시 제주 S중앙병원 1층 소회의실에서는 뜻깊은 음악회가 열렸다.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김동수씨를 위해 세월호 유가족이 중심인 4.16 합창단이 ‘김동수와 환우들, 아픈 사람끼리’ 라는 주제로 행사를 준비한 것이다.
김동수씨의 소식을 듣고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유가족들의 뜻깊은 자리다.
25일 제주 S중앙병원에서 김동수씨를 위로하는 4.16합창단 (사진=문준영 기자)
음악회가 열린 S중앙병원은 지난 18일 제주도청 1층 로비에서 자해를 시도한 김동수씨가 치료받고 있는 곳이다.
김씨의 아내 김형숙(48)씨는 행사장에서 만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고통 받는 남편의 아픔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여자"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김형숙씨는 "오늘 이 시간 별이 되고, 꽃이 되고, 나비가 되고, 천사가 된 아이들이 우리와 함께 손잡고 있으리라 믿는다"며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또 "예전의 남편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아내와 딸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정부와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4·16 합창단과 유가족들은 노래를 통해 김씨의 가족에 위로의 말을 전했다.
김동수씨 가족도 유가족들을 위한 노래를 준비했다. 특히 김씨의 큰 딸 김예람(25·여)씨가 피아노 반주를 맡아 감동을 더했다.
김씨는 아픈 몸에도 홀로아리랑을 불러 아이들을 향한 마음을 전했다.
"저 멀리 남해 바다 외로운 배 한척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조그만 얼굴로 여전히 그 곳에 잘 있느냐."
음악회 준비를 위해 일산에서 내려온 세월호 자원봉사자 조미선(52·여)씨는 "조금 덜 아픈 사람들이 더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는 상태"라며 세월호 문제에 대한 국가와 국민들의 관심을 부탁했다.
조씨는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김동수씨가 얼마나 나빠지는지 알고 있다"며 가족들의 고통이 하루 빨리 치유되길 염원했다.
25일 김동수씨를 위해 세월호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 플래카드 (사진=문준영 기자)
취재진과 만난 김동수씨는 "세월호 지원팀에서 나에게 하는 말이 김동수씨는 살아 나오지 않았냐는 대답이었다"며 "이런 말을 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견딜 수 있겠냐"고 마음의 고통을 토로했다.
김씨는 "지원팀에 무릎까지 꿇어 제발 가족들이 고통 받지 않게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손목을 자르고 싶어도 잘라지지 않아 너무 억울했다"고 고통스런 마음을 전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파란바지의 의인으로 불린 김씨는 지난해 3월 자택에서의 자해와 같은해 12월 4·16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장에서의 자해에 이어 3번째 고통을 겪고 있다.
김동수씨는 이번 주 병원에서 퇴원해 제주연강병원으로 옮겨져 정신과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