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사진=언론노조 제공)
회사로부터 '정직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상호 기자가 끝내 MBC를 떠난다. 이상호 기자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회사에 사의를 전달했다"며 "이제 국민의 기자가 되기 위해 두려운 가운데 MBC를 떠나 광야로 나서려 한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페이스북에 "박근혜 후보 당선 직후 회사는 '회사 명예 실추', '품위 유지 위반'을 이유로 저를 해고했다. 1,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부당 해고' 판결을 받는 데까지 2년 6개월이 걸렸고, 회사는 복직 1개월 만에 동일한 이유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6개월 뒤 회사에 돌아오자 또 다른 징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해고와 정직 기간 동안 만든 <다이빙벨>과 <대통령의 7시간=""> 등의 다큐를 문제 삼았다"며 "두 차례의 인사위원회를 거쳐 회사는 어제 다시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 기자는 "지난 4년여의 반복되는 징계과정을 거치며 저의 심신은 그야말로 피폐해졌다"면서 "하지만 회사 측이 원하는 것이 바로 제가 스스로 MBC를 떠나는 것인 줄 잘 알았기에 굴욕스런 과정을 모두 견뎌냈다"고 심경을 전했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보도국 대기발령은 물론 사내 게시판 접근조차 허용되지 않는 등 MBC에서 더 이상 기자로서 소명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95년 입사 이후 하루도 'MBC 직원이기 위해' 회사에 다닌 적은 없다. '국민의 기자가 되기 위해' 공영방송 MBC 기자의 직분을 자랑스레 감당해온 것"이라며 "조금 전 회사에 사의를 제출했다. 이제 국민의 기자가 되기 위해 두려운 가운데 MBC를 떠나 광야로 나서려 한다. 앞으로 대안매체 <고발뉴스>의 기자로 돌아가 당당하게 현장을 지킬 것이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기자는 또 "MBC 징계의 부당성에 대한 소송은 계속해 나갈 것이다"면서, "나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공영방송 회복을 주창하는 기자를 괴롭히기 위한 권리남용 행위가 분명하기에 이에 대해서도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할 것이다"고 전했다.
그는 끝으로 "공영방송 회복을 위해 한직이나 낯선 근무 여건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MBC 선후배들께 정말 죄송할 따름"이라며 "밖에서 더 열심히 돕고 싸우겠다"고 했다.
MBC는 지난 2일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구조 실패 책임을 묻는 내용의 다큐 <대통령의 7시간=""> 연출 등의 이유로 이상호 기자에게 '정직 6개월'의 중징계 조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