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의 현장검증이 실시된 10일 범인 조성호(30)가 상반신 시신을 유기한 경기도 안산시 방아머리 선착장 인근에서 범행과정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무섭다고…. 도저히 무서워서 못 살겠다고 방 빼달라고 난리에요."
10일 오전 '안산 대부도 토막시신 사건'에 대한 현장 검증이 진행된 인천의 한 빌라.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동네 주민 20여 명은 잔혹한 토막 살인범의 얼굴을 직접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오전 9시 30분이 되자 피의자 조성호(30)씨를 태운 호송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에서 내린 조 씨는 회색 후드티에 청바지 차림이었으며, 얼굴은 가리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조 씨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포승줄에 묶여 경찰들에 이끌려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주거지 안에서의 현장 검증은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조 씨는 피해자 최모(40)씨를 살해하고 화장실에서 시신을 절단하는 과정을 덤덤하게 재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의 현장검증이 실시된 10일 범인 조성호(30)가 상반신 시신을 유기한 경기도 안산시 방아머리 선착장 인근에서 범행과정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조 씨가 시신을 담은 마대를 렌트카에 싣는 장면은 경찰이 대역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주민 김모(51)씨는 "두렵기도 하고 기분이 좋지 않다"며 "왜 하필 우리 동네에서 이런 일이 생겼나 싶다"고 말했다.
빌라 인근 슈퍼마켓 주인 장모(53)씨도 "사건이 처음에 났을 때 불안하고, 여기 살아야 되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며 "여긴 잠깜 머물다 가는 외지인들이 많아 특히 젊은 여자들은 더 무섭고 불안해 한다"고 흉흉해진 동네 분위기를 전했다.
주거지에서 45분여간 현장 검증을 한 조 씨는 최 씨의 하반신 시신을 유기한 안산시 대부도 불도방조제로 향했다.
불도방조제 입구에 도착한 조 씨는 렌트카 트렁크에서 두 개의 마대 자루 중 하나를 들어 배수구까지 걸어가 유기하는 과정을 차분하게 재연했다.
시간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호송차는 곧바로 상반신을 유기한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 인근으로 방향을 돌렸다.
오후 12시쯤 두 번째 시신 유기 장소에 도착한 조 씨는 하반신 시신을 유기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차량 트렁크에서 나머지 마대를 꺼내 양손으로 쥐고 시화호 물가 쪽에 상반신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을 재연했다.
현장 검증을 마친 조 씨는 형사들의 손에 이끌려 호송차에 태워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검증 내내 감정이 동요되거나 머뭇거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며 "살해하고 시신을 절단하는 과정 등을 굳은 표정으로 비교적 자세하고 차분하게 재연했다"고 말했다.
안산 토막살인 사건의 현장검증이 실시된 10일 범인 조성호(30)가 하반신 시신을 유기한 경기도 안산시 불도방조제에서 범행과정을 재연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현장 검증에 나서면서 조 씨는 취재진에 "계획적인 건 아니었다"고 재차 주장했다.
조 씨는 또 유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죽이려했던 것은 아니지만, 정말 죄송하다. 부모님 욕을 들었기 때문에 우발적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계획적인 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시신을 훼손한 것에 대해서도 "(범행 후) 생각이 많았는데 유기 결정하고 난 후에서는 혼자 들기가 너무 무거워서 절단을 생각했다"며 "자수할 생각은 처음엔 있었는데 너무 겁이 많이 나서 자수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이후 조 씨의 범행이 계획적이었는지 여부 등에 대한 보강수사를 거친 뒤 오는 13일쯤 조 씨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조 씨는 지난달 13일 오전 1시쯤 함께 살던 최모(40)씨를 둔기로 내려쳐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안산 대부도 일대 두 곳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