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27일 인류사상 원자폭탄 첫 피격지인 일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하기로 함에 따라 주변국은 물론 세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방문한 것 외에는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폭 투하에 대한 미국의 사과로 오인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번 결정은 오바마 대통령이 줄곧 추구해온 신념인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일본 우익 집권세력의 아전인수격 해석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은 우려와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 제국주의의 혹독한 식민지배를 겪은데다, 이로 인해 강제동원 등으로 히로시마에 끌려갔던 한국인들이 그야 말로 무고한 피해를 입은 당사자다.
1946년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희생된 피해자 가운데 한국인은 약 1/6인 2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원폭 낙하점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안에는 27일 오바마 대통령이 헌화할 원폭 사망자 위령비 인근에 한국인 위령비도 함께 세워져있다.
두 위령비 간의 거리는 약 200미터에 불과하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 위령비에도 별도로 애도의 뜻을 표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아직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구체적 동선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측도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일본인 뿐 아니라 다수의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한 사실 자체는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측은 이번 방문은 모든 무고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여기에는 한국인 피해자를 포함한 희생자들을 애도하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미국 측과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결정과 관련, 긴밀하게 소통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경호나 의전 상의 이유, 또는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평화공원 방문 일정 자체를 최대한 단축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럴 경우 미국 측은 언론 접촉 등의 형식을 통해서라도 히로시마 원폭 투하 피해자 중에는 한국인 등 제3국 출신도 있음을 분명히 언급할 필요가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인식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일본의 식민지 동원 역사를 드러내고, 미국의 원폭 투하 결정의 정당성을 훼손할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