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자료사진
김준규 전 검찰총장 시절인 지난 2010년에 있었던 일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가 현직에 있을 때 사건 청탁의 대가로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른바 ‘그랜저검사’ 사건이었다. 검찰이 제 식구였던 전직 검사를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검찰이 제 살을 도려내는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검찰은 이같은 우려를 불식하고자 사상 처음으로 특임검사를 임명해 수사를 맡겼다. 지난해 수원지검장을 끝으로 옷을 벗은 당시 강찬우 대검찰청 선임연구관이 특임검사를 맡았다.
강 전 지검장은 특임검사에 임명된 그 해 11월 16일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한 때 동료였던 전직 검사를 수사하게 됐는데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강 전 지검장은 한 마디로 답했다. “검사의 피는 차갑습니다”
특임검사는 빠르게 움직였다. 수사 착수 23일 만에 결론을 냈다. 사건 청탁의 대가로 그랜저 승용차와 현금과 수표 16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적용해 그랜저검사를 구속기소했다. 그랜저검사는 이듬해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검사 강찬우의 피는 차갑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
홍만표 변호사. 자료사진
검찰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상대는 홍만표 변호사.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의 구명로비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사장을 지낸 홍 변호사는 현직에 있을 때 특수수사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전두환 노태우 비자금 수사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가 연루된 사건 등을 맡았었다. 대검 수사기획관 시절인 2009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다. 수사 상황 일부가 언론에 여과 없이 유출되면서 ‘망신 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검찰은 두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하나는 홍 변호사의 탈세 의혹이다. 비교적 넘기 쉬운 산이다. 사실이면 홍 변호사 혼자 책임을 지면 된다.
두 번째는 전관 변호사로서 정운호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두 번째 고비는 만만치 않다. 홍 변호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영향을 받은 당사자는 정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감찰 나아가 수사가 불가피하다. 검찰이 제 살을 도려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또 제기되는 이유이다. 실제로 검찰은 이미 지난달 “사건 처리에 있어서 변호사의 영향력이라든가 로비로 인해 사건이 왜곡된 부분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초 그랜저검사 의혹은 2009년 4월 처음 불거졌다. 검찰은 1년 3개월 동안 수사한 끝에 ‘혐의 없음’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가 차가웠던 검사에게 재수사를 맡기자 결론이 뒤집혔다. 알선수뢰 혐의가 드러났고, 법원은 유죄를 확정했다. 제 살을 도려내지 않은 검찰은 봐주기 수사 또는 부실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검찰은 지난 10일 홍만표 변호사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적인 수사 착수를 알렸다. 국민들은 검찰이 납득할 만한 결론을 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이 되기 위한 요체는 원칙에 입각한 공정하고 일관된 법집행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