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언제부터인가 스승의 날이 되레 교사들이 외면하고 싶은 날로 전락한 모습이다.
아예 스승의 날 무용론까지 나오며 없애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산 A초등학교 김모(35)교사는 최근 학부모들에게 단체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고민에 빠졌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선물, 촌지 절대 금지'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는데, 일부 학부모가 자택 주소를 묻는 답장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올해 스승의 날은 일요일이어서 한시름 덜겠다 했는데, 또 구구절절이 학부모에게 선물을 보내지 말라고 설명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하다.
부산 B고등학교 이모(47)교사도 처지는 마찬가지다.
"스승의 날 어떤 선물도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선물, 음식, 꽃도 받지 않겠습니다. 직접 또는 택배, 우편으로 전달됐더라도 즉시 가정으로 반송됩니다"라는 가정 통신문을 보냈지만, 이를 어기고 또 학부모들이 선물을 보내면 어떻게 잘 돌려줘야 할지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이씨는 "스승의 날이라면 제자들의 환대와 감사함을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신경쓰고 고민에 빠지는 일이 많아서 피하고 싶다"며 "수 차례 공지를 해도 어떻게 집주소를 알았는지, 선물 등을 보내는 학부모들을 기분나쁘지 않게 설득해서 되돌려주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촌지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각 학교는 스승의 날에 재량 휴업을 실시하거나 단축 수업을 하면서 스승의 날이 언제인지 모르는 학생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본질이 퇴색된 스승의 날을 없애고, 학기 말 학생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는 학교 행사로 대처하자는 제안을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생님께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정을 나누는 스승의 날 행사도 갈수록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