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구자범. (사진=서울국제음악제 제공)
“류재준이 내게 곡을 맡길 수 없다고 먼저 연락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왜 지휘를 하러 가겠는가. 그래놓고는 내가 잠적했다고 하다니.”
지휘자 구자범의 목소리는 억울함과 분노로 가득했다. 그는 자신이 잠적했다는 작곡가 류재준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16일 오후 2016서울국제음악제(SIMF / 조직위원장 임성준, 예술감독 류재준)는 ‘지휘자 구자범이 잠적’했다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해당 보도자료는 구자범이 첫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갑자기 연주회 탈퇴 의사를 보인 후 현재까지 잠적 중이라, 지휘자를 긴급히 교체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음악제는 지휘자 구자범의 3년 만에 복귀 무대로 관심이 쏠렸었다. 때문에 그의 갑작스런 잠적 소식은 언론을 통해 발 빠르면서도 비중 있게 보도됐다.
하지만 이러한 잠적 주장에 대해 구자범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류재준이 나에게 나오지 말라고 했다”며 자신은 잠적한 게 아니라고 부인했다.
구자범은 “랑고르 리허설이 끝난 14일 밤에 류재준에게 전화가 왔다”면서 “다짜고짜 나에게 자신의 곡을 지휘할 자격이 없으며, 절대 맡길 수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그에게 ‘지금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느냐, 다른 사람도 같이 있으니 스피커폰으로 돌리겠다. 다시 말해보라’고 했고, 그 말(구자범에게 지휘를 맡길 수 없다)을 함께 있던 사람들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날 내 곁에는 제자 한 명과 모 음대 교수가 함께 있었고, 해당 통화내용은 식당 주인도 들었다. 그 통화 내용을 듣고 모두가 분노했다”고 전했다.
때문에 구자범은 “15일 리허설은 류재준의 곡만을 연습하는 시간이었다. 나보고 지휘를 못 맡기겠다고 해서 안 나갔는데, 잠적이라고 (류재준이) 페이스북에 글까지 올렸다”며 분노했다.
작곡가 류재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구자범 잠적'이라는 제목의 글은 현재(밤 9시 50분) 삭제된 상태이다.
또 그는 이를 보도한 언론에 대해서도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단 한 군데도 이 사안에 대해 나에게 연락해 확인하는 기자는 없었다"면서 "어떻게 당사자에게 확인조차 안 하고 막 쓸 수 있느냐”며 강하게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