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시대, 가장 걱정해야 될 세대는 10대 이하
- 국영수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 할 일
- '소득이 없는 직업'을 동시에 만들어야
- "삶이 기계 같다면, 그 일은 그만둬라"
- 알파고 충격 이후 한국 사회가 한 오직 한 가지는 '지적 사대주의'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5월 19일 (목)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대식 교수 (카이스트)
◇ 정관용> 알파고 충격 이후에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잠깐 그러고 또 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가 펼쳐지면 많은 게 바뀐다. 거기에 대비해야 한다. 여기까지 말을 하고 도대체 지금 뭘 준비하고 대비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래서 오늘 특별히 모셨습니다. 인공지능 연구자이시면서 동시에 인간에 대한 철학적 고찰도 함께 하시는 분이죠. 카이스트의 김대식 교수 어서 오십시오.
◆ 김대식>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정관용> 알파고 때문에 더 바빠지셨었죠, 사실?
◆ 김대식> 아이, 그놈의 알파고가 영국에서 오는 덕분에 한동안은 정말 정신없이 바빴는데 다행스럽게도 한 열흘 동안 한국에서, 말씀하신 대로 정말 한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또 다시 영국으로 귀국하고 나서는 조금 좋아졌습니다. 이 알파고가 이제 끝나고 이제 우리 사회가 말씀하신대로 사실 우리가 인공지능이라는 미래 충격을 두 눈으로 본 거잖아요.
◇ 정관용> 그런데 지금 뭘 하고 있느냐, 우리가.
◆ 김대식> 그렇죠. 그게 상당히 재미있는 이슈로 하나 떠오르더라고요.
◇ 정관용> 뭐하고 있나요, 우리가 지금?
◆ 김대식> 아무 것도 안 하죠. 아무것도 안 하는 대신에.
◇ 정관용> 김대식 교수만 잠깐 바빴다 만 거예요?
◆ 김대식> 아니요. 우리가 하고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 정관용> 뭐예요?
◆ 김대식>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3월달에 알파고가 우리나라를 갔다 온 다음부터 지금 한 3달이 지났죠. 외국에서 오는 손님들한테 우리가 계속 질문을 하고 있어요. ‘인공지능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되나요?’ 저는 이것은 놀랄 만큼 후진국적인 반응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건 뭐냐 하면 지금 결국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뭐냐 하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지를 외국 사람들한테, 외국 사람들이 우리들에게 정답을 주기를 지금 바지를 잡고 쫓아다니는 그런 행동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 정관용> 외국 사람 누구요?
◆ 김대식> 예를 들어서 유발 하라리 같은 분이 방문을 한다든지.
◇ 정관용> 그분은 누구예요?
◆ 김대식> 그분은 역사학자입니다, 사실은. 이스라엘에서 오셨던. 아니면 이번에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같은 분이.
◇ 정관용> 개미의 작가.
◆ 김대식> 개미의 작가. 오자마자 신문과 언론에서 제일 먼저 물어보는 질문이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되나요’.
◇ 정관용> 그러네요.
◆ 김대식> 이분은 전문이 아니십니다.
◇ 정관용> 인공지능 학자가 아닌데도.
◆ 김대식> 학자도 아니고 유발 하라리 분은 정말 훌륭한 역사학자이십니다. 제가 유발 하라리라면 짜증이 났을 것 같아요. 아니, 나는 역사학자이고 호모사피엔스 역사에 대해서 정말 재미있는 책을 썼는데 인공지능이라는 얘기는 600장 책 맨 끝에 한 장에 들어 있는데 기자들이 물어보는 질문의 100% 또는 95%가 인공지능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되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재미있는 건 파키스탄에서 오는 손님들한테 그런 질문을 우리는 당연히 안 합니다. 다시 말해서 제가 또 한 번 느끼는 건 ‘이야, 대한민국 국민 머리 또 언론인들 머리 안에 상당히 깊게 박혀 있는 지적인 사대주의가 여기서도 나오는구나’. 우리가 100년 전부터 결국은 세상을 모르는 상태에서 너무 많은 접근을 하다 보니까 우리가 항상, 우리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외국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됐죠. 어떻게 산업발전 할까요? 민주주의는 어떻게 만들까요? 환경보호는 어떻게 할까요?
◇ 정관용> 우리가 따라가면서 압축성장을 했으니까.
◆ 김대식> 결국 우리가 100년 전부터 했었던 것은 이 지구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우리가 스스로 습득하고 이해하고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니고 타인이 이미 경험한 문제들을 우리는 겪다 보니까 먼저 경험한 사람들한테 항상 물어보고 압축성장으로 빨리 배운 거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이 세상 그 누구도 답을 모릅니다. 아무도 경험을 못 해본 것이기 때문에.
◇ 정관용> 우리나라보다 앞선 나라라고 특별히 뭐...
◆ 김대식> 아니, 앞선 나라라는 게 있을 수가 없다는 거죠.
◇ 정관용> 인공지능 연구분야에서 조금.
◆ 김대식> 연구분야에서 좀 앞섰겠지만 인공지능 사회는 아무도 경험을 못 해본 거죠. 우리가 기술적인 건 물어볼 수 있겠지만 인공지능이 예를 들어서 직업의 50%를 대체하고 이런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신기하게도 알파고 덕분에 어떻게 보면 유럽의 대부분 나라들보다 인공지능의 이 문제성은 우리가 먼저 본 거거든요.
◇ 정관용> 그래요.
◆ 김대식> 저는 이걸 사실은 약간 역사적 행운이라고 당시에 생각을 했었어요. 이야, 우리가 250년 전에 산업혁명이 처음 나왔을 때는 아무 것도 모르다가 당했지만 이번만큼은 우연의 결과로 우리가 먼저 눈을 뜨고 봤기 때문에 먼저 무언가를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 정관용> 그런데 물어보기만 하더라.
◆ 김대식> 그런데 우리는 물어보기만 한다는 거예요.
◇ 정관용>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 김대식> 이 세상을 남의 답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고 우리도 이제는 세상을 우리 눈으로 좀 봐야 되지 않을까. 적나라하더라도 위험하더라도 무섭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세상의 모습을 부모님들, 우리보다 좀 더 큰 어른들 눈을 통해서 대신 보려고 하는 약간 좀 어린 아이 같은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이 아닐까. 거기에서 우선 좀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 정관용> 말씀하신 지적 사대주의의 영향이라는 것에 분명히 동의합니다. 동의하는데 알파고가 준 충격이 워낙 크다 보니까 아까 우리는 행운이라고까지 표현하셨는데 답답하단 말이에요.
◆ 김대식> 답답하죠, 당연히.
◇ 정관용> 답답하니까 왠지 누구라도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 김대식> 당연히 그런데 재미있는 건 우리가 기술적인 것에 대해서는 서로 물어볼 수 있겠지만 결국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사회의 사회구조를 어떻게 만들어야 되고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야 되고 사회복지는 어떻게 해야 될지는 사실 우리가 직접 해결해야 되는 문제라는 거죠. 결국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자꾸만 정답을 바란다는 거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게 우리나라 역사상 상당히 새로운 경험일 수도 있는데 그 누구도 답을 알지 못하는 거예요, 지금으로서는.
◇ 정관용> 사실 저도 처음 모실 때는 정답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정답을 모르신다고 스스로 실토하신 거니까.
◆ 김대식> 제가 알 리가 없죠, 당연히.
◇ 정관용>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그러면 우리는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이 이야기를 좀 해 보죠.
◆ 김대식> 좋습니다.
◇ 정관용>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합니까?
◆ 김대식> 당장 눈앞에 보이는 문제부터 다루지 말고 이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을 우리가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미래사회에 대한 모든 문제, 이게 인공지능이 될 수도 있고 교육이 될 수도 있고 정치가 될 수도 있고 이 모든 문제의 교집합이 하나 있습니다, 공통점.
◇ 정관용> 뭐예요?
◆ 김대식> 그 공통점은 뭐냐 하면 그래서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지. 그리고 나는 누구인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이것에 대한 결론이 없는 상태에서 다시 말해서 인생과 삶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자꾸만 타인의 기준을 우리가 공부하려고 노력한다면 이것은 답이 정해진 질문들에는 우리가 타인의 기준을 쫓아갈 수 있겠지만 새로운 문제는 풀 수가 없다는 거죠. 왜냐? 이 세상에는 모든 문제의 시작은 나의 기준이 되겠죠.
◇ 정관용> 그렇죠.
◆ 김대식> 내가 어디 갈지조차 모르는데 지금 아무도 나 보고 이쪽으로 가라, 저쪽으로 가라라고 명령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나는 갈 곳이 없다라는 거예요, 결국은.
◇ 정관용> 인공지능 시대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 그 첫 출발은 나는 어떻게 살고자 하는가.
◆ 김대식> 그렇죠.
◇ 정관용> 각자가 그 질문을 던져라.
◆ 김대식> 당연할 수밖에 없죠. 생각을 해 보세요.
◇ 정관용> 각자가 그 질문을 던져라. 그다음에는?
◆ 김대식> 인공지능의 핵심 중의 하나는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에 인간이 하고 있는 대부분 노동과 일을 기계가 대체할 수 있다라는 거죠.
◇ 정관용> 그 얘기는 많이 했어요.
◆ 김대식> 그렇죠. 그렇다면 사람은 뭘 해야 될까.
◇ 정관용> 일이 아니라 뭘 할까.
◆ 김대식> 그렇죠. 벌써 이렇게 되면 바로 그 질문이 나오는 거죠. 내가 뭘 할까는, 아니,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그 답 자체가 의미가 없다라는 거죠. 여기에서 사회가 갑자기 나와서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하루에 세 시간씩 줄넘기를 하세요’ 할 수 없다는 거예요.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내일 오후 3시 반부터는 창의적으로 사세요’ 말이 안 된다는 거죠, 이건.
◇ 정관용> 나는 앞으로 뭘 하고 살고자 하는가.
◆ 김대식> 당연하죠, 여기서.
◇ 정관용> 그런데 저처럼 50대 넘은 사람은 이런 질문 안 해도 되는 것 아니에요?
◆ 김대식> 인공지능의 미래에는 지금 내일 당장 오는 것은 아니에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 김대식> 절대로 다음 주 수요일 오후 3시 반에 오는 것이 절대로 아니고. 기술의 발전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적어도 10년, 20년, 30년이 걸릴 겁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김대식> 다시 말해서 지금 정 교수님이나 저같이, 우리같이 이미 끝판을 가고 있는 우리들은.
◇ 정관용> 끝판은 아니지만. (웃음)
◆ 김대식> 거의 끝입니다. 우리들은 개인적으로는 아무 것도 안 해도 됩니다. 결국 우리는 이렇게 살다 가면 되는 거고.
◇ 정관용> 문제는 우리 아이들. 10대.
◆ 김대식> 가장 문제죠. 우리가 가장 걱정해야 될 세대는 아마 10대 이하일 것 같은데요. 지금 10대 이하들 같은 경우에 대한민국 현실상 지금 이 순간, 이 시간에도 학교에서 국영수를 열심히 배우고 있겠죠.
◇ 정관용> 주로 외우는 공부.
◆ 김대식> 그렇죠. 그리고 또 학교 끝나고 나면 학원에 가서 국영수를 또 배우겠죠.
◇ 정관용> 또 외우는 공부.
◆ 김대식> 물론 미래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10년, 20년 후 세상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10년, 20년 후에 지금 10대들이 직업을 선택해야 될 나이에는 다른 건 몰라도 기계가 국영수를 우리보다 잘할 거라는 건 우리가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는. 그렇다면 지금 10대 이하들이 학교에서 열심히 국영수를 배운다는 것은 불도저가 등장하는 시대에 열심히 삽질을 잘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는 거예요. 경쟁력이 없습니다, 사실은. 지금 10대 이하들은 나중에 커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기계하고 경쟁해서 직업을 얻어야 하는 친구들이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지금 이 친구들한테 기계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나도 안 가르쳐주고 있다는 거죠. 기계가 우리보다 당연히 더 잘할 것들을 열심히 지금 가르쳐주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겠죠.
◇ 정관용> 지금 성인들은 그런데, 그 기계와 경쟁해야 할 그 시대에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교육시켜 본 경험이 없어요.
◆ 김대식> 경험이 당연히 없죠.
◇ 정관용> 한 번도 내가 가르쳐보지 못한 걸 가르쳐라. 지금 교사들한테 그걸 요구하는 거거든요, 사실.
◆ 김대식> 결국 그렇기 때문에 알파고의 레슨이 있다면 대한민국 사회가 진지하게 그런 걱정과 생각을 이제 하기 시작해야 된다는 거고.
◇ 정관용>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 김대식> 뭘 가르쳐줘야 될까.
◇ 정관용> 어떻게 바꿀 것이냐.
◆ 김대식> 그렇죠. 기계는 무엇을 잘 할까, 기계는 무엇을 못 할까.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저는 제가 하는 강연이나 책에서는 알파고가 정말 역사적인 행운이라고 자꾸만 얘기를 하는 이유가 다른 나라보다, 남들보다 먼저 문제의식이 생겼기 때문에. 우리가 원해서도 아니고 본 것인데 지금 이 시간을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인 거죠.
◇ 정관용>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고자 하는가라는 생각할 시간을 특히 10대 이하한테는 더 많이 줘야 되겠군요.
◆ 김대식> 당연하죠.
◇ 정관용> 기본적으로.
◆ 김대식> 우리가 아까 얘기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될까라는 것은 이 정답은 그 어느 교과서나 그 어느 자기계발서에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 정관용> 몇몇 분들이 직관적으로 답 비슷한 것을 제시하는 분들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상당수의 현재 인간이 하는 직업을 기계가 대체하게 되면,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되면 거기에서 몇몇 그런 인공지능을 고용한 대회사들이 엄청난 부가가치와 경제적 부를 창출할 것이다. 그럼 거기에서 세금을 많이 거둬서 기본소득제를 통해 사회구성원한테는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돈을 다 주자.
◆ 김대식> 그렇죠.
◇ 정관용> 그리고 인간들은 그 기본소득을 가지고 기본생활을 하면서 노동이 아닌 어떤 새로운 다양한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펼쳐보자. 이런 아이디어는 몇 개 나와 있잖아요.
◆ 김대식> 네. 참고로 저는 그 아이디어에 약간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물론 그런 모델은 19세기에 칼 마르크스가 제시했었던 모델인 거죠. 기계가 발전하고 기계가 의식주를 다 해결해준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사람은 더 이상 노동이라는 이 덫에서 빠져서 우리가 원하는 창의적인 인생을 살 수 있는 인간 해방이 된다. 이론적으로 누가 그걸 원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과학자로서, 과학자는 항상 데이터를 볼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인류역사에 이런 케이스들이 몇 번 있었을까 하고 한번 보는 거죠. 본다면 가장 근래에 있었던 케이스 같은 경우는 미국에서 예를 들어서 미국 중부에 노스다코타나 네부라스카 같은 데 보면 미국 원주민들, 인디언들이 사는 도시들이 있죠. 미국 주정부에서 당연히, 원래 이게 그분들 땅인데 뺏은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 죄책감으로 몇십 년 전부터 이분들을 다 먹여살려주고 있죠.
◇ 정관용> 맞아요.
◆ 김대식> 기본 소득을 주는 겁니다. 성인들한테. 그리고 학교가 무료이고 의료보험이 무료입니다. 다시 말해서 의식주 문제가 없고 교육도 무료이고 노후걱정을 안 해도 되는. 자, 그렇다면 그 도시에서 정말 철학과 예술과 문화가 번창할까요?
◇ 정관용> 아니죠.
◆ 김대식> 아니고 알코올중독자가 가장 많습니다.
◇ 정관용> 비만이 심각하죠.
◆ 김대식> 비만이 심각하고. 더구나 중동에 가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아랍에미리트연방 같은 것. 거기 보면 도하나 아니면 두바이 같은 경우에 비슷한 거죠. 자국민한테 지금 기본소득을 이미 주고 있습니다. 거기에서는. 그렇다면 이분들이 문명을 발달시키고 아랍 르네상스를 만들까요? 아니라는 겁니다. 거기 젊은이들이 상당히 extremist terrorism적으로 가고 결국은 뭐냐 하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본능 자체가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충분조건으로 인간이 창의적인 삶을 사는 것은 절대로 아니고 역사적으로 파괴적으로 간다는 거죠.
◇ 정관용> 아, 그래요?
◆ 김대식> 그래서 우리가 그걸.
◇ 정관용> 그럼 창의적으로 가게끔 만들어야 되겠군요.
◆ 김대식> 그렇죠. 맞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창의적인 인생으로 가기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와 삶의 여유는 꼭 필요합니다. 저는 기본소득 자체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만.
◇ 정관용> 그거로만 끝내면 안 된다?
◆ 김대식> 그것만 끝이 아니고 이것은 필수조건으로 결국은 핵심 아이디어는 뭐냐 하면 직업과 소득이라는 아이디어를 분리시켜서 직업이 없는 소득이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 지금 기본소득의 아이디어일 텐데 거꾸로 거기에서 끝이 아니고 소득이 없는 직업을 동시에 만들어야 된다는 겁니다.
◇ 정관용> 많이 만들어야 된다.
◆ 김대식> 그렇죠. 많이 만들어서 이게 NGO가 될 수도 있고 다양한 일들. 결국은 이 일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뿐만이 아니고 자아실현을 위해서인데. 인간한테 자아실현 할 기회가 없으면 이게 다 이상한 쪽으로 간다라는 거예요, 인간이.
◇ 정관용> 생각해 보면 소득과 반드시 연결되지 않는 직업이라는 것도 머릿속에 떠올리면 무궁무진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김대식> 무궁무진한 것뿐만이 아니고.
◇ 정관용> 한 사회의 성인의 한 절반을 전부 선생님으로 하면 어떨까요?
◆ 김대식> (웃음) 그게 좋은 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 정관용> 예를 들어서.
◆ 김대식> 정 교수님 생각을 한 번 해 보세요. 이 직업과 소득이라는 것 자체가 결국 생산적인 직업을 우리가 얘기하는 것일 텐데 이건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다르다는 거예요. 그게 무슨 얘기냐 하면 지금 이 사회에서 가장 생산적인 직업들 중에 대부분이 200년, 300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이었죠.
◇ 정관용> 그렇습니다.
◆ 김대식> 마케팅, 회사에서 얼마나 중요합니까? 200년 전에 그런 게 있겠습니까? 라디오 진행자.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이라는 거죠. 그리고 솔직히 우리 직업이 얼마만큼 생산적인지. 의식주는 또 아니잖아요, 우리가 하는 것이 결국은. 그렇기 때문에 저는 충분히 우리가 고정관념에서 가지고 있는 의식주를 위한 생산성에 필요하지 않은 직업들은 무한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단 이것을 가지고.
◇ 정관용> 대신에 그걸 또 사람들이 좋아해야 되니까.
◆ 김대식> 그렇죠. 우리가 이것을 가지고 먹고 살기 위해서 경쟁하게 만들면 또 예전 문제로 똑같이 들어오기 때문에 기본적인 소득은 나라에서 개런티를 해 주고 그다음에 본인의 선호도와 능력에 따라서 소득하고 연관이 없는 직업. 어떻게 보면 사실 우리는 지금 이미 취미생활을 우리 돈을 대고 하고 있는 거잖아요.
◇ 정관용> 다 그러고 있죠.
◆ 김대식> 인류역사에서 아주 재미있는 게.
◇ 정관용> 헬스클럽 가서 돈 주고 하고 있고.
◆ 김대식> 우리가 지금 돈을 내고 취미생활로 하고 있는 것이 불과 100년, 200년 전에는 우리가 꼭 했었어야 하는 행위들입니다. 100년 전, 200년 전에는 웬만한 성인 남자는 하루 종일 벽돌을 짊어지고, 무게를 짊어지고 건물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었는데 사실 그 당시 사람들한테 퇴근하고 네 돈 내고 어디 가서 무거운 짐을 2시간씩 드세요. 누가 했겠습니까? 지금은, 예전에는 꼭 했었어야 할 노동적인 행위를 우리가 돈을 내고 취미로 한다는 거예요. 똑같은 행동을.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지금 인간이 하고 있는 대부분 육체적인 노동과 지적인 노동을 기계가 하는 순간 인간이 손을 놓을 필요 없이 지금은 먹고 살기 위해서 하지만 어떻게 보면 30년, 40년 후에는 그게 우리의 취미생활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 정관용> 모두가 즐겁기 위해서.
◆ 김대식> 즐겁기 위해서. 즐겁기 위해서 우리가 엑셀 스프레드시트로 계산을 하고 즐겁게 하기 위해서 지적인 노동. 그걸 갖고 당장 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러니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아실현을 할 수 있고 또 하나는 즐거움 실현이겠죠. 인간한테 즐거움을 주는 그 실현할 수 있는 행위조차도 없다면. 그런데 먹고 살 걱정까지 없다. 그러면 이건 시한폭탄이라는 거죠.
◇ 정관용> 파괴적으로 간다.
◆ 김대식> 파괴적으로.
◇ 정관용> 그러려면 아무래도 공동체성이 살아 있어야 되겠네요.
◆ 김대식> 그렇죠. 이 공동체라는 것을 유지하는 것이 저희가 정말 중요한 것이 인공지능 시대에 만약에 공동체가 해체된다. 또는 인공지능 시대에 거기다 가상현실까지 들어와서 우리가 한 현실이라는 공동체에 사는 것이 아니고 개개인이 다 다른 현실에서 살기 시작한다면 이런 아이디어들은 무의미해지는 거죠. 그래서 저는 사실은 인공지능의 미래를 얘기할 때 꼭 가상현실의 미래를 같이 얘기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라는 것이 또 한 번의 코페르니쿠스 시기의 변화라고 우리가 해석할 수 있다라는 거죠. 코페르니쿠스의 변화라는 것은 인류가 항상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다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충격을 받은 거잖아요, 결국은. 비슷하게 우리는 인류역사상 항상 인간이 가장 똑똑하다고 경험하고 살았죠. 4만 5천년 전에 네안데르탈인들 다 멸종시키고 나서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었던 거잖아요. 그런데 어느 한순간 우리보다 좀 더 뛰어난 존재가 나타날 수도 있겠구나. 이건 엄청난 충격일 거고 또 하나는 그 동안 인류역사상 인간은 항상 모든 사람들이 같은 현실에서 살았었습니다, 사실은.
◇ 정관용> 서로 다른 현실을 볼 수도 있다.
◆ 김대식> 그렇죠. 각자가 다른 현실에서 살기 시작한다면 공동체라는 것이 유지 가능할까라는 걱정을 해야 된다는 거죠.
◇ 정관용>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 될 것 같은데요. 제가 지금 쭉 김 교수님 말씀을 들으면서 요즘 우리 주변에 이미 사실은 몇 십년 전부터 벌어지고 있던 일들 가운데 우리 모두가 다 걱정하던 모습이 있습니다. 하나가 ‘사람들은 나를 기계의 부품처럼 대해’ 이런 현상 분명히 있지 않습니까?
◆ 김대식> 그렇죠.
◇ 정관용> 걱정스러웠잖아요.
◆ 김대식> 상당히 걱정스러운 거죠.
◇ 정관용> 또 하나는 너도 나도 골방에 처박혀서 컴퓨터하고 모니터만 쳐다보고 사람을 만나려고 하지 않아. 이런 걱정했잖아요.
◆ 김대식> 그렇죠.
◇ 정관용> 지금 이미 걱정해 온 그 한 10년, 20년 사이 벌어졌던 이 일의 반대되는 일을 해야 되겠군요.
◆ 김대식> 그렇죠. 그러니까 우리가 방금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겠는데 인공지능 시대에 그러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들을 많이 하시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당연히. 그렇지만 뭘 안 해야 될지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건 뭐냐 하면 내 인생이 이미 기계같다면 내가 큰 조직의 그냥 나사 하나라면 내 생각에도 내가 하는 일이 거의 기계스럽다면 당연히 그건 인공지능이 더 잘할 겁니다.
◇ 정관용> 빨리 그만두는 게 좋군요.
◆ 김대식> 당연하죠. 결국은 내가 봐도 내가 기계이면 진짜 오리지널 기계가 더 잘하는 거예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 김대식> 기계인 척을 하는 사람보다는. 그래서 가장 먼저 그만둬야 할 것은 반복성이 있고 내가 볼 때도 내가 하는 일이 기계적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거기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아까 현실을 말씀하셨는데 이 현실과 인공지능을 보면 재밌는 현상이 하나 일어날 것 같아요. 그건 뭐냐 하면 인류역사상 인간은 항상 이기는 자 쪽으로 붙게 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20년, 30년 후에 기계들이 인간의 일자리를 지금 대체하고 더 잘나가고 더구나 동시에 기계는 인간이 가진 단점들을 안 가지고 있잖아요. 죽지도 않죠. 밥도 안 먹죠. 잊어버리지도 않고 더구나 이세돌 9단은 우리가 복사할 수가 없습니다. 알파고는 구글이 원하기만 하면 100만번 복사할 수 있다라는 거예요. 거기다 zero marginal cost. 아무 돈이, 추가비용이 안 드는 상태로. 그렇다면 인간의 심리상.
◇ 정관용> 기계 편들이 생깁니까?
◆ 김대식> 네. 기계를 숭배하는. 기계를 모방하고 싶은. 왜 나는 죽어야 될까. 왜 나는 잊어버릴까 해서 기계종교 같은 것이 등장하지 않을까. 아니면 자신 몸한테 이상한 칩 같은 것을 집어넣어서 기계가 되고 싶어 하는. 요새 젊은 아이들이 문신을 해서 부모님한테 혼나는 것같이 어린 나이 아이들이, 젊은 아이들이 몰래몰래 몸 안에다 기계를 집어넣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충분히 해볼 수 있다라는 겁니다. 결국 예전에 로마시대 때도 역사 팩트 중의 하나가 처음에 이 게르만 민족들이 질 때는 로마인들이 그렇게 무시를 하고 그러다가 게르만 민족들이 로마 군인들을 이기기 시작하니까 로마시대에 어떤 패션이 등장했느냐 하면 야만인들을 모방하는. 이름을 게르만 식으로 지어서 로마황제가 금지령을 내린 적이 한 번 있어요. 그리고 로마 사람들은 다 치마를 입고 다녔잖아요, 이분들이.
◇ 정관용> 그랬죠.
◆ 김대식> 게르만 민족은 바지를 입었고. 몰래몰래 로마 시민들이 바지를 입기 시작하는 거예요. 결국 이게 정말 나보다 뛰어난 존재가 나타나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그쪽으로 쏠리게 된다는 인간의 성향을 본다면 기계파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각자가 더 심사숙고하고 심사숙고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많이 주는 그런 형식의 교육이 이제부터 나와야 되고.
◆ 김대식> 그렇죠.
◇ 정관용> 동시에 사람과 사람이 자꾸 모이고 이야기하고 대화하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끈끈한 인간다움의 교감을 더 깊이 나누는. 이런 노력들을 해야 되겠군요.
◆ 김대식> 그렇죠. 제가 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우리가 뭐 이건 우리하고는 아마도 상관없는 미래겠지만 좀 더 먼 미래, 기계가 정말 지적인 능력을 가지게 되고 강한 인공지능이 돼서 기계가 어떻게 보면 정신적인 세상까지 도달하게 된다면 기계가 가장 먼저 물어볼 거예요. 사람의 가치가 뭘까. 사람이란 존재가 왜 있어야 될까.
◇ 정관용>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죠.
◆ 김대식> 알겠습니다.
◇ 정관용> 무서워지니까. (웃음) 마지막 질문인데요. 이런 10년, 20년 있으면 이렇게 인공지능이 대부분의 직업을 대체할 것이다. 인간이 선택할 수 있잖아요.
◆ 김대식> 당연히 선택할 수 있죠.
◇ 정관용> 그래서 그것 좀 하지 맙시다. 이럴 수는 없을까요?
◆ 김대식> 그건 불가능합니다.
◇ 정관용> 불가능하다.
◆ 김대식> 이게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판도라의 박스가 열렸기 때문에 저도 사실은 가능만 하다면 이 박스를 다시 닫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 정관용> 못 닫아요?
◆ 김대식> 불가능합니다.
◇ 정관용> 왜요?
◆ 김대식> 우리가 아는 것은 다시 잊어버릴 수가 없습니다, 인간이. 이 지식이라는 것은. 지능을 만들 수 있는 방법 자체는 이제는 세상에 공유가 됐기 때문에 우리가 다시 세상에서 지워버릴 수가 없다는 겁니다. 생각이라는, 아이디어라는 것 자체를.
◇ 정관용> 그래요. 아니, 며칠 전에 어떤 분 만났더니 지하철역에서 표 팔고 표 받고 하는 분들 그냥 놔두지 그걸 왜 전부 기계가 표를 팔고 자동으로 들어가게 하고 왜 그랬나 몰라,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그거 못 막는 거죠, 그러니까.
◆ 김대식> 못 막죠. 왜냐하면 우리가 무인도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아니고 우리 개인들끼리 경쟁을 하죠. 회사와 회사까리 경쟁을 하죠. 도시와 도시, 나라와 나라.
◇ 정관용> 그런데 그 경쟁이라는 생각을 바꾸면 되잖아요.
◆ 김대식> 그렇지만 내가 혼자서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죠.
◇ 정관용> 혼자는 못 빠져나온다.
◆ 김대식> 한꺼번에 룰을 바꾸기 전에는 나 혼자서 정말 제가 뭐 나 혼자 지리산으로 들어가서 혼자 살기 전에.
◇ 정관용> 우리나라에서 합의해도 다른 어느 나라에서.
◆ 김대식> 당연하죠. 그러면 다른 나라에서 기계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순간 우리나라 기업들은 경쟁력이 없어지는 거예요. 그 한순간에.
◇ 정관용> 그래서 불가능하다, 이 말이군요.
◆ 김대식> 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저는 좀 이따 산으로 가야 되겠네요. (웃음)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대식>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