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정부와 여당의 '상시 청문회법' 거부 움직임을 민주주의 원칙 훼손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25일 정의화 의장은 퇴임 기자회견을 통해 "상시 청문회법을 두고 '행정부 마비법'이라는 비판이 있다는데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정 의장은 "국민을 대신해 국정을 감사하고, 특정한 국정사안을 조사하는 것은 헌법 61조에 규정되어 있는 국회의 당연한 책무"라며 상임위 청문회 활성화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정 의장은 "'행정부가 국민의 편에 서서 올바르게 일하라'고 국회가 만든 법을 '귀찮다'고 '바쁘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원칙 훼손"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과거 청문회에서 나타난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며 정책 청문회 활성화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회피성 주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 "박 대통령, 거부권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특히 정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자제까지 요청했다.
정 의장은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통령은 국회 운영에 관계되는 일은 국회에 맡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친정인 새누리당에도 정 의장은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 복당 문제와 관련해 "지금 보이는 새누리당의 모습이 바뀌지 않는다면 국회의장 퇴임 후 자동 입당이 돼도 탈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이 설명한 지금 새누리당의 모습은 '무능한 보수, 나태한 보수, 권위주의적인 보수, 삶을 어렵게 살아가는 국민을 위한 따뜻한 보수를 하지 못하는 보수'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오는 29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중도세력 '빅 텐트' 펼칠 것…신당 창당 가능성 시사국회의장 퇴임 후 거취에 대해 정 의장은 "정파를 넘어서는 중도세력의 '빅 텐트'를 펼쳐 새로운 정치 질서를 이끌어 내는 마중물이 되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민의가 정치에 직접적으로 전달되고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또다른 차원의 정치개혁을 고민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거론되는 중도 개혁 신당 창당 가능성 등 정계 개편과 관련해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정 의장은 개헌 필요성도 제기했다.
정 의장은 "낡은 정치를 바꾸려면 정치의 틀 역시 바꾸어야 한다"며 "개헌 논의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필요성도 강조그는 "지금은 87년 체제를 극복해야 할 구조적 전환기"라며 "역사가 바뀌고, 시대의 요구가 바뀌면 헌법을 그에 맞게 바꾸어내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개헌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축적돼 있다"며 "20대 국회 출범 직후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들이 수렴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선거제도 개혁도 강조했다.
정 의장은 "현행 소선거구 제도는 다수의 사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고질적인 지역구도를 깨기 어려운 심각한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사회적 합의와 생산적 타협의 정치를 이루기 위해 지역패권주의와 승자독식의 선거 제도를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20대 국회에서는 중대선거구제, 권역별비례대표제 등 근원적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