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0일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6차 유엔 NGO 컨퍼런스' 개회식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문석준 기자)
"앞으로 뭘 할지는 제가 가장 잘 알고 있고 제가 결정할 것이다. 국내에서의 활동에 대한 과대해석이나 추측은 자제했으면 좋겠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반기문 대망론'에 대한 언론의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하지만 유엔 공식 행사에서는 현 정부를 높이 평가해 발언의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30일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6차 유엔 NGO 컨퍼런스' 개회식에 참석했다.
개회식 기조연설에 이어 기자회견을 가진 반 총장은 자신의 국내 행보에 대한 언론의 과대해석에 대해 자제를 요청했다.
반 총장은 "조국인 한국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유엔 NGO 컨퍼런스를 개최하게 돼 매우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며 "이번 국내 방문은 개인적인 목적이나 정치적인 행보와는 전혀 무관한 오직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회원국의 국제 행사 참여를 위한 공식 일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제주포럼 참석과 관련해 "제주 포럼은 외교부 차관 때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돼 장관 시절 처음 설립됐고,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2008년에도 한 번 참여했다"며 정치적 의미를 축소했다.
관훈클럽 발언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여러 이야기가 오갔는데 언론에 공개돼 매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9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경북도 제공)
반 총장은 방한 첫 날인 지난 25일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내년 1월 1일 한국 시민이 된다.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키웠다.
앞으로의 행보와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반 총장은 "이 자리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7개월이 남은 만큼 마지막까지 잘 마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국민 여러분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부탁했다.
이어 "앞으로 뭘 할지와 해야 할지는 제가 가장 잘 알고 있고, 제가 결정해야 한다"면서 "국내 활동에 대한 과대해석이나 추측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 총장은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현 정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며 기자회견 발언의 진의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반 총장은 기조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아프리카를 순방하면서 이곳의 많은 농촌과 사회, 경제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우리의 경험과 우리가 이룬 성과를 아프리카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유엔의 공식 행사에서 반 총장이 박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정치권은 반 총장이 여권의 적극적인 구애에 화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반 총장은 유엔 공식 행사에서 현 정부를 높이 평가한 것 자체가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만한 위치에 있다"고 지적하며 "반 총장의 행보를 보면 대망론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동을 걸고 있는 것 같지만, 오히려 언론을 이용해 출마의 당위성을 알리는 데 노력하는 것 같은 분위기도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반 총장은 이날 경주 방문을 마지막으로 5박 6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유엔 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으로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