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매대에 진열된 여성 생리용품 모습. (사진=강민혜 기자)
국내 생리대 시장 판매량 과반수를 차지하는 생활용품 전문업체 유한킴벌리가 최근 가격 인상을 선언한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를 비판하는 움직임이 뜨겁다.
생리대를 구할 수 없어 신발깔창과 휴지로 대신하고 있는 저소득층 여학생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처사라며 거센 반발에 직면했었다.
2015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저소득층 여학생 수는 약 10만 명이다. 평균 월 생리대 구매 비용은 2~3만 원에 달한다. 이는 기초수급비용으로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운 액수다.
'@iple****'는 "여자들은 가임기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기간동안 생리대를 착용하고 살아야 한다. 화장실에서 쓰는 화장지처럼 생활 필수품인 거다. 이걸 이렇게 비싸게 파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sput****'는 "저소득층 생리대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상급식처럼 아예 의무교육 받는 모든 여학생에게 생리대 무상지급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겠다고 생각한다. 남자의 세계엔 의식주가 있지만 여자의 세계엔 의식주생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자사 제품 중 '좋은느낌 코텍스 오버나이트' 가격을 20% 올릴 방침이었다.
언론에 알려져 온라인을 중심으로 논란이 되자 유한킴벌리 측은 24일 가격 인상 방침을 철회했다. 하지만 '오버나이트'를 제외한 제품들에 대해서는 평균 7.5%의 가격 인상이 예정대로 내달 1일 실시된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30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버나이트'는 워낙 처음부터 가격 인상이 안 된 채로 있던 저렴한 제품이라 정상가로 환원한 것"이라며 "한 번에 많이 올라간 것처럼 보인 데 대해 소비자 반응이 나빠 원가격으로 환원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특히 신제품 '좋은느낌 매직쿠션'은 더 좋은 원료를 쓰다보니 올라간 것"이라며 "보통 신제품을 출시하면 고급 원료를 쓰게 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나머지 제품에 대해서는 여전히 인상이 진행되는 셈이다.
누리꾼 '@anti****'는 "이쯤 되면 대형마트들이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중저가 부담 없는 생리대를 내놓을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고 토로했다.
생리대 가격 부담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 저소득층 소녀들의 생리대 후원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이 논란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달부터 진행 중이다. 저소득층 지원 소셜 벤처 이지앤모어가 한부모가정사랑회와 협약을 맺고 운영한다.
안지혜 이지앤모어 대표는 30일 CBS노컷뉴스에 "월 150명에게 지원하는 걸 목표로 한다. 편부, 조부모와 사는 친구들은 생리 교육이 전혀 안 되니까 그 친구들이 주 대상이긴 하다"라며 "청소년 미혼모와 싱글맘들에게도 생리대를 공급한다"고 전했다.
오수정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 사원은 "작은 걸 주면서 생색내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한부모 가정에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어려우면 생리대를 달라고 신청하겠느냐"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좋은느낌 코텍스 오버나이트'. (사진=강민혜 기자)
그렇다면 국내에서만 생리대 가격이 뜨거운 감자일까?
북미와 유럽 국가들에서는 '탐폰 택스(Tampon tax)' 철폐 운동이 일어났다. 여성 생리용품에 과세하지 말자는 주장에서다.
시작은 캐나다였다. '탐폰 택스' 폐지 법안이 집권당 보수당의 지지를 받아 통과됐고, 지난해 7월 1일부터 면세 품목으로 지정됐다. 탐폰, 생리대, 생리컵 등 모든 여성 생리용품이 포함됐다.
이전까지 캐나다에선 이 제품들에 대한 5% 과세로 한 해 우리돈 약 320억 원에 해당하는 세수가 발생했다.
캐나다 신민당 아이린 매티슨 하원의원은 당시 법안이 통과되자 "'탐폰 택스' 철폐는 여성의 승리"라며 "여성이란 이유로 생리 때마다 세금을 내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선 '탐폰 택스'를 없애자는 온라인 청원에 24만 명이 참가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부터 생리대와 탐폰 등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