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디어 환경이 유선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손바닥tv가 성공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종편에겐 미안하지만 손바닥tv가 (시청률이) 더 나오지 않겠습니까?"
지난 2012년 MBC파업에 참여한 최일구 전 MBC기자 (사진=자료사진)
2011년 11월 '예능 앵커'로 인기를 모았던 최일구 前 MBC 기자가, '세계 최초의 소셜 라이브 TV'를 표방한 '손바닥tv' 개국에 참여하며 한 말이다.
지상파 TV뉴스 앵커를 맡다 MBC의 모바일 플랫폼에 올라탄 그는 이 무렵 출범한 종편들이 계속 신경쓰였던 모양이다.
그해 12월 손바닥tv의 '소셜데스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항간에 종편의 엄마라고 일컬어진다"며 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을 언급한 뒤 "종편을 출산하고 집을 지어주는 것도 모자라 먹이를 물러줬다, 계속 싸고돌면 자식 버릇이 나빠진다"고 비판했다.
그 최일구 앵커가 다음달 4일부터 종편 중 한곳인 TV조선에서 'B급 뉴스쇼 짠'의 진행을 맡기로 했다.
그렇게 비판했던 '종편의 엄마' 최시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 재미있는 앵커, 파업 합류 뒤 사직"오징어는 말려도 짱구는 못 말린다", "가보지도 못했는데 홍도가 울고 있다", "말레이곰, 자꾸 도망가지 말레이" 등의 '아재 개그'를 앵커 멘트에 도입했던 그였다.
TV뉴스의 엄숙주의를 깨며 저널리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까지 받던 최일구 앵커의 행보가 궤도에서 이탈한 건 2012년 2월.
당시 파업중이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힘을 보태려 보직을 사퇴한 때다.
곧바로 정직 처분을 받은 최 앵커는 "이 행동이 이로울 것인가, 해로울 것인가를 따지기보다는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로 판단했다"면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빗발치는 응원 속에 그는 파업중인 후배들의 버팀목이 됐다.
파업 110일째에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일부 조합원들의 업무 복귀를 두고 "파업을 접고 올라간 후배들은 그 사람들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것은 일부 케이스에 불과하지 전체적인 파업대오와 상관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최일구 앵커는 결국 파업 동참 1년만인 2013년 2월, 30년 가까이 근무해오던 MBC를 떠나야 했다.
◇ 파산, 피소, 사실혼, 종편행…'인생 뭐 있니'그런데 이때부터 들려오는 그에 관한 소식은 '좌충우돌' 그 자체였다.
사직 두달만에 tvN에 출연해 '예능 시사' 분야를 개척하는가 했더니 넉달도 안돼 돌연 하차했다.
곧이어 30억원대 빚으로 개인회생을 신청했다가 결국 파산했다는 뉴스도 전해졌다.
친형 등과 얽힌 연대보증 때문이었다.
파산 선고에 이어, 경기도 이천의 한 임야를 팔 것처럼 접근해 13억여원을 빌렸다가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소까지 당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고모 여인과의 사실혼 관계가 알려져 뒷말을 낳기도 했다.
잠시 자중하던 그가 며칠 전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펴낸 뒤 앵커로서의 타이틀도 되찾겠다고 나섰다.
반쯤 접어보던 종편을 통한 재기이지만, JTBC로 간 손석희씨나 MBN으로 간 김주하씨 등을 거론하며 특별히 문제될 게 무어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결정이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고 거듭 따져물을 사람들을 향해 반문하고 싶었을까.
그는 자전적 에세이 제목을 이렇게 정했다.
'인생 뭐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