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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화학공장서 또 불산 누출…이번이 세 번째

대전

    금산 화학공장서 또 불산 누출…이번이 세 번째

    주민들 "공장 철수 때까지 대피소에서 귀가 안 한다"

    4일 오후 6시 34분쯤 충남 금산군 군북면 조정리의 반도체용 화학제품 공장에서 불산이 유출됐다.(사진=마을 주민 제공)

     

    4일 오후 6시 34분쯤 충남 금산군 군북면 조정리의 반도체용 화학제품 공장에서 불산(순도 45~55%)이 최대 400kg까지 유출됐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6. 1. 19 충남 금산 불산 사태 아직 끝나지 않은 공포 등)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하역 작업을 하던 조모(48) 씨 등 4명이 불산을 통에 옮겨 담는 과정에서 불산이 흘러넘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조 씨 등 4명의 직원은 방제 복장을 갖춰 입었기 때문에 현재까지 직원들의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불산이 누출되자 밸브를 차단한 뒤 중화제 소독을 통해 이날 오후 7시 20분쯤 상황을 정리했다.

    ◇불산 '또' 누출, 이번이 세 번째

    이 공장에서 불산이 누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8월 최소 2.97kg에서 최대 11.2kg의 불산이 누출됐다. 이 사고로 7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에도 불산을 옮기는 하역 작업 중에 배관이 파손돼 불산이 누출됐었다. 부주의가 사고를 부른 셈.

    앞서 2013년 7월과 1월에도 불산이 누출되면서 마을 하천 물고기 수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고, 나무가 고사했다.

    불산은 반도체 산업에 꼭 필요한 화학물질이지만 염산보다 부식성이 커 피부를 뚫고 침투해 강력한 독성을 일으킨다.

    불산이나 고농도의 불산 증기가 피부에 닿으면 하얗게 탈색되며 물집이 잡히고, 눈에 닿으면 각막이 파괴되거나 혼탁해진다. 부정맥과 심장마비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 "공장 폐쇄할 때까지 귀가 안 하겠다."

    불산이 유출되는 광경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 마을 주민에 의해 목격됐다.

    소방당국에 오후 6시 34분쯤 신고가 들어오기 전까지 공장 측에서는 아무런 신고도 하지 않은 상황.

    안개 같은 연기가 공장 내부에서 계속 뿜어져 나오자 두통과 어지러움, 안면 마비 등을 호소한 주민 14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현재 모두 퇴원한 상태다.

    5일 오전 인근 초등학교 강당에 대피해있는 마을 주민들(사진=김미성 기자)

     

    반복된 불산 누출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현재 조정리 주민 80여 명은 인근 초등학교 강당으로 대피해 불산 누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 중이다.

    주민대책위는 "금산군에서 화학 공장을 완전히 추방하지 않는 한 귀가하지 않겠다"며 "이번 기회에 완전히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직경 500m까지 불산이 유출됐다는데 400kg의 불산이면 금산군 전체를 덮고도 남을 양"이라며 "5시 30분에 불산이 목격된 것이지 그때부터 불산이 유출됐다는 것이 아니다. 주민에게 알리지 않고 또 언제 불산이 누출됐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불산이 공장 내부의 배수로에서 방제 작업이 완료돼 인근의 하천까지 흘러나가거나 인명 피해가 없었다고 관계 당국이 전한 것과 달리 주민들은 조정리뿐만 아니라 신풍리까지 불산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신풍리에 사는 전모(61·여) 씨는 "조정리에서 바람을 타고 신평리까지 불산이 퍼졌다"며 "밥을 하는데 너무 속이 안 좋고 퀴퀴한 냄새가 나서 직접 소방서에 갔더니 불산이 누출돼서 모두 출동했다고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금산군, "공장 폐쇄에 대한 권한 없다"

    사고가 난 뒤 불산이 누출된 공장의 공장장이 주민들이 모여 있는 대피소를 찾아와 "죄송하다"며 "불편하신 곳이 있으면 병원으로 이송하겠다"고 사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 번째 불산 유출이니 삼진 아웃으로 이제 그만 공장을 폐쇄하고 아예 이전하라"는 이야기에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주민은 전했다.

    금산군 관계자들도 회의를 마치고 오전 10시 20분쯤 조정리 주민들이 대피 중인 초등학교 강당을 찾았다.

    신기영 부군수는 "노동부가 어제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고 앞으로 불산 잔여 창고를 확인해 봉인하겠다"고 말했다.

    또 농산물, 토양, 수질, 대기 등을 검사하고 군북면에 피해 상황실을 운영해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공장 사장이랑 군수가 안 오고 뭐 하냐"며 "행정처분을 받고 또 재가동하다 사고가 난 것 아니냐. 아예 폐쇄해라"고 항의했다.

    신 부군수는 "공장 폐쇄에 관한 권한은 금산군에 없다"며 "환경청 처분에 따라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공장에 대한 조치 사항도 현재로써 금산군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대신 대표가 오면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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