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 공장 대표 A 씨가 7일 마을주민들이 대피해있는 인근 초등학교 강당을 찾아 사과의 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김미성 기자)
연이은 불산 누출로 충남 금산의 한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은 불산 공장 대표가 뒤늦게 주민들 앞에 섰다.
불산 누출 사고를 일으킨 지 3일 만이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6. 6. 5 금산 화학공장서 또 불산 누출..이번이 세 번째 등)화학공장 대표 A 씨는 7일 오후 4시쯤 마을 주민들이 대피해있는 마을의 한 초등학교 강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민들은 반복된 누출 사고도 모자라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공장 대표에게 분노했다.
마을주민 이모(60) 씨는 “중국에 갔다 오느라 늦었다는데 대표 생각만 하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차오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 앞에 선 A대표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A 대표는 “또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A 대표는 현재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공장 폐쇄 또는 이전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바라는 그것(공장 폐쇄)에 대해선 할 수 없다는 것을 양해해 달라”며 말을 아꼈다.
또 “불산은 해로운 화학제품이지만, IT 시대에 꼭 필요한 약품”이라고 말해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A 대표가 공장 폐쇄가 불가능하다는 뜻을 계속 고수하자 강당 안에서는 “폐쇄해라”, “나가라” 등의 야유와 고함이 터져 나왔다.
한 마을주민은 “우리는 맞지 않아도 될 화학 폭탄을 수차례나 맞았다”면서 “세 번이면 공장 관리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할 때도 됐다. 이제는 나가라”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주민들이 불산 공장 대표 A 씨의 말을 듣고 있다. (사진=김미성 기자)
금산군 재난예방위원회 김진호 임시위원장은 “공장 대표 당신 가족을 모시고 공장 주변에서 살아라. 주민을 얕잡아 보지 말아라. 이번에는 진짜 안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주민들은 박수를 치며 “옳소”를 외쳤다.
이날 면담에는 이 공장의 이전 터로 알려진 공주의 시민단체도 참석해 1인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양석진 시민소통사업단장은 “공주 시민들도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다”며 “공장 이전이 아니라 아예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산 누출은 지난 4일 오후 5시 30분쯤 마을 주민에 의해 목격됐다.
소방당국에는 한 시간 뒤쯤인 오후 6시 34분쯤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예상 누출량은 최대 400kg(순도 45~55%)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공장에서 직원 등 4명이 하역 작업을 하던 중 불산이 흘러넘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 2014년 8월 최소 2.97kg에서 최대 11.2kg의 불산이 누출되면서 7명이 병원으로 옮겨지고 2013년 7월 등에도 불산 누출로 물고기 수천 마리가 떼죽음 당하는 등 누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