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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별관회의가 투입한 4조 2000억 원…어디로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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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별관회의가 투입한 4조 2000억 원…어디로 간 걸까?

    임종룡 "잘 쓰이고 있는 돈" vs 강성진 "제대로 쓰이지 못한 돈"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4조 2000억 원을 날렸다고 하는데요. 왜 날아갔습니까. 그게 정상화를 위해 쓰이고 있습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하소연이다. 임 위원장은 8일 구조조정 추진 계획을 설명하면서 여론의 지적에 억울한 듯 입을 열었다.

    임 위원장은 이어 "(그 돈 중) 2조 8000억 원이 기자재, 협력업체 자금, 나머지가 회사채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상환자금, 은행들 연체된 이자 등으로 지급됐다"며 "그 돈이 공중으로 간 것이 아니다. 그 기업이 어떻게든 정상화를 하기 위해 쓴 돈이다. 그 기업과 관련한 사람들에게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잘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즉, 대우조선해양에 4조 2000억 원을 추가 지원한 것과 관련해 연일 비판보도가 나오자 이에 대한 토로를 한 것이다.

    ◇ 대우조선해양에 전격 투입된 4.2조 원

    지난해 10월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4조 2000억 원을 지원 자금으로 투입했다. 산은이 2조 6000억 원, 수출입은행이 1조 6000억 원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연간 영업손실은 약 5조 원으로 예상됐다. 대우조선의 부족자금은 누적 기준으로 지난해 1조 8000억 원, 올해 상반기에는 최대 4조 2000억 원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관측됐다. 다시 말해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되는 부족자금이 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던 셈. 그럼에도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을 전격 단행했다.

    또한 당시 산은은 자금 지원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흑자 전환과 함께 부채 비율이 500% 수준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고 핑크빛 전망을 내놓기까지 했다.

    정용석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 본부장은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올해 말까지 부채 비율은 4000%까지 올라갈 것"이라면서도 "자본을 2조 원 확충할 경우 2016년 말에는 부채비율이 420%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빗나간 정책 결정 & 전 산은 회장의 폭로

    이런 전망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금감원에 공시된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1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6639%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대우조선해양에 4조 2000억 원 규모 유동성 지원 결정이 이뤄졌던 서별관회의에 참석했던 홍기택 전 KDB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의 폭로도 나와 책임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홍 전 회장은 지난달 31일 중국 베이징에서 경향신문 취재진과 만나 "(당시 유동성 지원 결정에 대해) 청와대·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애초부터 시장 원리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었으며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토로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이 한국 금융계의 관치 실상을 노골적으로 보여줬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는 또 "지난해 10월 중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으로부터 정부의 결정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당시 정부안에는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최대 주주 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얼마씩 돈을 부담해야 하는지도 다 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활동하다 2013년 4월 KDB그룹 회장에 임명됐고, 이후 3년 가까이 산은을 이끌다 지난 2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발탁돼 현재 베이징에 머물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 교수.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전문가의 쓴소리, "투자했으면 잘 됐어야지"

    이번 홍 전 회장의 폭로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연명식 지원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에 채권단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원에 나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칫 STX조선해양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STX조선은 지난 2013년 8월부터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으면서 6조 원 안팎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받고도 3년 만에 법정관리 문턱에 들어섰다. 충분한 책임 추궁과 냉정한 판단 없이 대우조선을 무턱대고 지원할 경우 향후 STX조선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당국과 채권단은 지난해 5월 대우조선이 수조원의 부실을 감췄다는 걸 고백했지만 '메스'를 들이대기는 커녕, 산업은행을 통해 4조 2000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했다. 심지어 대우조선은 올 들어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우조선이 STX조선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채권단이 냉정한 잣대에 따라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 교수는 "(임 위원장의 답변은) 민간은행들은 자꾸 빠지는데 국책은행이 돈을 계속 투입한 것에 대한 경제적 설명이 되지 못한다"며 "잘 투입됐다면 4조 이상으로 만들어졌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됐으니까 여기까지 온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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