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휴대전화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검토한 적 없다"고 부인하던 방송통신위원회가 "실무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하루도 안돼 또 다시 말을 바꿔 논란이 되고 있다.
주무 정책당국인 방통위가 같은 날 입장을 달리 하며 오락가락하면서 관련 업계와 소비자들의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10일 오후 보도 자료를 내고 "그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성과점검 결과 등을 토대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했고, 필요한 경우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제도 개선을 해왔다"면서 "지원금 상한제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실무차원에서 그 필요성 및 대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 차원에서 아직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방통위 한 고위 관계자도 "휴대전화 지원금 상한제를 두고 외부 문제 제기가 많아 개선안을 검토했다"면서 "관련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고, 상한제 폐지는 하나의 개선 방안이 될 수 있으나 구체적 일정·내용이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지원금 상한제는 단통법의 핵심 조항이다. 방통위는 고시를 개정해 이 지원금 상한을 휴대전화 출고가 이하 수준까지 올려, 사실상 상한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9일 알려지면서 업계 전체가 발칵 뒤집혀졌다.
이에 방통위는 다음날인 10일 오전, 지원금 상한제 폐지설에 대해 "검토한 적 없다", "지원금 상한제 규제에 관한 입장이 확고하다"면서 "사실 무근"이라며 단호히 못박았다. 그러나 오후 들어 분위기가 바뀌면서 "내부 검토를 했다"고 하루도 안 돼 입장을 뒤집었다.
이같은 단통법 주무 부처인 방통위의 오락가락 행보를 대해 업계에서는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로부터 방통위가 "압박을 받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방통위는 최근까지도 "단통법이 시장을 안정시켰고 가계 통신비를 줄였다"며 평가하는 등 지원금 상한제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면서 공시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소비자에게 직결되는 지원금 상한제를 두고 방통위가 청와대와 정반대의 입장을 고수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울수밖에 없어, 정부에서조차 의견이 통일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동안 업계와 소비자만 더욱 혼란에 빠지는 모양새다.
이동통신사들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벌써부터 지원금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공시지원금 3년 일몰제에 맞춰 운영해왔는데 갑자기 이런 얘기가 나오면 당장 마케팅 전략에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면서 "보조금 명목의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 회사의 손익구조에 곧바로 악영향을 미치는 데다 통신사간 과열 경쟁이 재연돼 시장 질서가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정부에서조차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소비자들도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또 휴대폰을 바꾸려는 소비자는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시장은 더욱 정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