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고대 카톡 언어 성폭력'으로 명명된 사건에 대해 15일 가해자들과 염재호 고려대학교 총장이 사과를 전했다.
13일 CBS노컷뉴스는 고려대학교 일부 남학생들의 카톡방에서 여학생들을 향한 무차별 성희롱이 1년간 지속됐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6. 6. 13 고려대생들 카톡방서 무차별 성희롱…"새내기 술먹이고 쿵떡쿵")고려대학교 총학생회와 '언어 성폭력' 사건 피해자 대책 위원회 등에 따르면, 문제가 된 대화창은 내부고발자 A 씨 포함 9명이 참여한 채팅방이다.
A4용지 700쪽에 달하는 이 대화창에는 "야 진짜 새X(새내기 XXX)는 해야 되는데", "예쁜 애 있으면 샷으로 XX먹이고", "씹던 껌 성애자 단물 다 빠진게 좋X" 등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여학생들을 희롱하는 내용이 담겼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에서 불특정 여성의 사진을 촬영한 후 이를 성적인 놀잇감으로 삼는 등 기이한 대화도 오갔다. 가해자들 중에는 '교내 양성평등 서포터즈', '새내기 새로배움터 조 성평등지킴이', 페미니즘 소모임 회원 등이 포함됐다.
보도가 나온 후 논란이 확산되자, 다음날인 15일, 가해자들은 대자보를 붙여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15일 오후 페이스북 '정대후문 게시판'에 공유된 대자보에서 이들은 "모든 분들이 충격을 받고 분노하셨을 것"이라며 "언어 성폭력에 관련된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 또한 형사처벌을 포함한 징계 역시 달게 받겠다"고 전했다.
가해자들은 "공개된 대화 내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와 같은 발언들은 오랜 기간 우리 대화방에서 행해져 왔다. 우리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오히려 이를 희화화했다. '외부에 유출되면 큰일난다. (단톡방을) 나갔다 오자'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설마 이게 걸리겠어' 하는 생각으로 성적 대상화와 음담패설을 멈추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피해자들과 우리는 친한 동기 또는 선후배였기에 피해자들이 받았을 충격과 실망감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죄송하다"면서도 "사건이 공론화돼 우리 실명이 포함된 정보가 유출된 걸 확인했다. 이건 명예훼손에 해당하거나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누리꾼이 말)한다"고 적었다.
그들은 "가해자로서 모든 비판과 결과는 우리의 생각 없던 언행에 대한 업보라 생각한다.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혹 우리 같은 언행을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고칠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사건에 대해 염재호 고려대학교 총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특별대책팀을 만들어 철저하게 조사하고 엄정한 사후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