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립대학이 최근 수년 동안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의 적립금을 늘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곳간 채우기라는 비판과 교육부의 제재에도 적립금 규모가 좀처럼 줄지 않으면서 정부가 이월·적립금 쌓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17일 공개한 '2010~2014년 사립대학 법인 이월·적립금 현황'에서 지역 대학들의 적립금 규모를 보면 건양대가 1870억 원, 을지대 1599억 원, 우송대 902억 원, 대전대 579억 원, 배재대 347억 원, 한남대 314억 원 등을 기록했다.
이는 대학과 법인의 적립금과 이월금을 더한 금액이다.
적립금은 말 그대로 특정 사업 등을 위해 쌓아두는 돈을 뜻한다.
적정 규모의 적립금은 어느 정도 선에서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교육여건이 열악한데도 몇몇 사립대가 너무 많은 적립금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학생들을 위해 쓰기보다 곳간을 채우기 급급하다는 이유에서다.
사립대들이 과도하게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비판에 교육부는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교비 회계를 등록금 회계와 기금 회계로 구분하도록 했다.
등록금 회계는 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만 건축 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립대들의 적립금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후 교육부는 목적이 불분명한 기타 적립금을 특정 적립금으로 바꾸고 학생들을 위해 쓰게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립대들의 적립금 부풀리기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조사한 자료에서 증감 현황을 살펴보면 2010년 대비 2014년 주요 사립대들의 적립금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이 기간 대전대는 347억 원에서 495억 원으로 148억 원이 늘었고 우송대도 439억 원에서 457억 원으로 증가했다.
을지대도 865억 원에서 967억 원으로 102억 원이 늘었다.
적립금이 늘지 않은 여타 대학들도 여전히 수백억 원이 넘는 돈을 보유 중이다.
수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난이 불가피하다는 사립대들의 하소연이 엄살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다.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사립대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재정이 어렵다고 하지만 오히려 적립금은 늘고 있다"며 "적립금은 쌓아놓을 것이 아니라 장학금 등 학생들을 위해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