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북CBS)
부모의 사랑을 받아가며 학교에 입학해 또래 아이들과 한창 뛰어놀아야 할 은수는 철저하게 외부와 단절된 채 10여년동안 원치 않는 운둔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익산시 '드림스타트' 사례관리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은수는 운둔 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찾아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지난 2014년 익산시 드림스타트 사례관리사들이 처음 은수를 찾았을 때 11살 은수는 마치 영화에 나오는 늑대소년과 같았다.
은수는 익산시 동산동 구 농촌진흥원 경비실 뒤편 허름한 가건물에서 생활해 왔다.
낡아 빠져 금방 무너질 듯 판자로 만들어진 집은 고약하고 쾌쾌한 냄새에 위생은 엉망이었다.
부모의 사랑을 받아가며 초등학교에 입학해 또래 아이들과 한창 뛰어놀아야 할 은수는 철저히 외부와 단절된 채 어린 나이에 원치 않는 은둔 생활을 해왔다.
또래 나이와는 너무나 달리 잘 걷지도 못할 뿐 아니라 기저귀를 차고 다녔다.
은수는 부모의 사랑이 필요한 시기에 사랑을 받지 못했고 제대로 된 보육이나 교육은 물론 흔한 또래 아이들이 겪는 평범함도 알지 못한 것이다.
더욱이 엄마(51)는 항상 외출 중이고 76살의 아빠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당시 형(27)과 누나(30)가 있었지만 형은 집을 나갔고 누나는 심한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었다.
은수에게 필요한 건 정상적인 또래 아이의 삶이었다.
이에 따라 드림스타트 사례관리사들은 누나를 설득하기에 나섰다.
지금 있는 가건물에서 나와야 하는 게 시급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인기피증이 있는 누나는 도움의 손길을 철저히 외면했고 새로운 생활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천사와 같은 사례관리사들은 포기하지 않고 수십여 차례 설득에 설득을 더했고, 은수와 누나가 처한 현 상황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2개월여 만에 누나가 비로소 마음을 연 후 은수는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고 희망복지지원단 사업을 통해 공부방도 얻게 됐다.
은수는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입학해 또래 아이들과 함께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해가고 있다.
그동안 떨어져 있었던 형과 엄마도 돌아와 네 식구가 같이 살게 됐다.
은수는 드림스타트를 통해 새로운 삶을 찾았고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적어도 웃을 수 있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10여 년의 은둔생활로 지적능력이 떨어지고, 아무렇게 자란 치아의 교정이 필요하다.
은수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과정이 별도로 주어져야 할 것 같다.
드림스타트는 '공평한 출발의 기회'를 주기 위한 사업이라고 많이 소개가 된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이 사업은 취약계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례들을 조사하고 가장 적절한 해결서비스를 제공한다.
익산시 드림스타트센터 오영신 보육담당은 "드림스타트를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한마디로 정의할 순 없지만 은수의 경우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희망의 기회를 주고 희망의 고리를 연결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산시에서 추진하는 드림스타트의 사업은 12가지의 필수서비스와 15가지의 맞춤서비스로 이뤄져 있다. 또한 기타 지역아동센터나 학교복지사업 등을 통해 여러 가지 복지사업과 연계하는 것도 포함된다.
현재 익산시에서만 드림스타트 사업으로 관리되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320여 명이다.
이에 반해 드림스타트 사례관리사는 불과 4명밖에 되지 않는다.
사례관리사 1명당 무려 80명의 아이들을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익산시 김용신 복지청소년과장은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선생님 한명이 가르치는 학생도 30명을 넘지 않는다. 정상적인 학생들보다 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은 드림스타트 사례관리사 선생님들이 필요하다"며 "질 높은 관리와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의 공평한 출발의 기회를 주기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 드림스타트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드림스타트는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미래의 아이들에게 어려운 환경을 극복할 수 있게 최소한의 배려와 기회를 주고, 처한 상황에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값진 이름이다.
익산시 이광미 드림스타트계장은 "더 많은 아이들이 공평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회를 줘야 하는 게 어른들의 의무이자 책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