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권선동 사무총장의 경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탈당파 복당 처리 과정에서 다시 불거진 새누리당 내분이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의 당무 복귀로 일단락됐지만 이번에는 권성동 사무총장의 사퇴 문제로 첫 걸음부터 꼬이고있다.
새누리당은 20일 오전 혁신비대위를 열어 경제정책 추진 상황 등을 점검하려 했지만 권 사무총장의 거취 문제가 회의 초반에 거론됐다.
원내 비대위원인 김영우 의원은 김 위원장의 당무 복귀를 평가하면서도 권 총장을 교체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강한 이의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만약 권성동 사무총장 경질 방침이 지난주 비대위에서 있었던 복당과 연계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비대위의 자기 부정이자 자기 모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무총장 겸 비대위원 임명은 여기 전체 우리 비대위원의 전원 합의에 의한 의결을 통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그래서 해임에 대한 것도 저는 적절한 절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권 사무총장의 경질은 부당한데다 김 위원장이 직권으로 결정할 수도 없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이 규정을 무시한 채 독단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을 가한 셈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김광림 당 정책위의장이 비공개 회의 전환을 이유로 김 의원의 발언을 제지하려 하자 두 의원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권 총장은 회의 시작 전에도 김 위원장을 개인 면담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처분이 부당함을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위원장 면담 전 기자들에게 "이번 사퇴는 합리적 이유도 없고 명분도 없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율사 출신인 권 총장은 절차적 문제에 대해서도 "당헌·당규를 보면 당대표와 비대위원장은 임명추천권만 갖고있다. 해임도 마찬가지로 비대위 의결이 있어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권 총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참석을 통보 받지 못했다. 그는 "비대위에서 해임이 안 된 상태에서는 사무총장이 주재할 권한을 갖고있기 때문에 동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 바로 옆 자리에 앉은 채 비대위 회의를 끝까지 지켰고, 회의 과정에서 사무총장의 거취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위원 중 한 명이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지만 안건이 아니라는 다른 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회의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권 총장은 오는 23일 차기 비대위 회의에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당헌·당규상 비대위원들이 의결을 하지 않는 이상 '강제 하차'시킬 방법이 없다. 사퇴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닌, 이상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김 위원장으로선 당무 복귀 후 첫 조치부터 저항에 부딪히며 리더십 위기에 다시 봉착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에는 계획이 다소 유동적이긴 하지만, 친박계 의원 수십명이 회동을 갖고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과와 권 총장의 사퇴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운신 폭이 더욱 줄어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