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 변호사 (사진=박종민 기자)
검찰이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의 전관로비 의혹을 사실상 개인비리라고 결론을 냈으나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는 20일 변호사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홍 변호사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홍 변호사는 기소하면서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에 대해 수사한 결과를 설명했다.
먼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횡령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횡령도 염두에 두고 수사했으나 단서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홍 변호사와 정 대표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횡령 혐의와 관련해 수사를 말아 달라고 청탁했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없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정 대표가 기소되기 6개월 전인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조세부는 해외에서 거액의 도박을 한 혐의로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장 회장을 기소하면서 그가 회삿돈 122억원을 횡령한 뒤 이 가운데 일부를 해외로 빼돌려 미국 라스베거스에서 도박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거액의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삿돈을 빼돌리는 것은 비리 기업인의 해외 원정도박에서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것인데 유독 정운호 대표는 횡령 혐의를 피해갔다.
검찰은 의혹이 확대되자 지난해 1∼2월 네이처리퍼블릭과 계열사의 자금 142억원을 횡령 배임한 혐의로 만기출소를 앞둔 정 대표를 지난달 다시 구속했다.
횡령의 단서를 발견할 수 없다며 수사를 접은 지 7개월 만에 거액의 횡령 혐의를 뒤늦게 잡아낸 셈이기 때문에 검찰의 설명에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적의 처리’도 마찬가지이다. “적의 처리 의견은 당시 공판부장과 공판검사가 강력부와 합의된 감경구형 사유 등을 고려해 사안에 부합하도록 의견을 낸 것이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정 대표가 1심 선고 뒤 도박퇴치기금으로 2억원을 기부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을 고려해 2심에서 구형을 낮춘 점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지난 해 12월 18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올해 1월 19일 보석을 청구했고 검찰은 이틀 뒤 재판부가 알아서 하라는 뜻의 ‘적의 처리’ 의견을 법원에 냈다.
검찰은 올해 2월 27일 정 대표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1심보다 낮은 징역 2년6월을 구형했는데 검찰에 설명대로라면 구형을 하기도 전데 이미 ‘적의 처리’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관로비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정 대표를 기소했던 수사팀 관계자는 보석에 반대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사팀 관계자는 심지어 검찰 내부에서도 자신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보석 반대 입장을 거듭 확인하기도 했다.
특히 검찰이 당초 정 대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었던 만큼 적의 처리를 하거나 2심에서 구형을 감경한 사유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전 3차장은 정 대표를 수사한 강력부장과 주임검사에게 “구속수사를 엄정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홍만표 변호사도 지난해 8월과 9월 최 전 차장을 찾아갔으나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말을 들었고, 당시 수사팀 검사들의 입장도 확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윤수 차장에 대해 서면조사를,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박성재 서울고검장에 대해서는 적절한 방식으로 조사를 했으나 로비와 연관된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대부분 조사했기 때문에 새로운 의혹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우리 수사 상황으로는 더 조사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로비 자금 명목으로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서울고검 소속 박모 검사를 제외하면 전관로비 의혹에 거론됐던 현직 검사들은 모두 홀가분하게 의혹을 벗게 됐다.
앞서 지난달 27일 검찰에 소환됐던 홍만표 변호사는 “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제가 책임 질 부분은 책임지겠다”며 “제가 모두 감당을 하고 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