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행각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학교 뒷마당에 돈을 묻은 고등학생이 다시 땅을 파고 있다(사진=청주청원경찰서 제공)
밀가루를 이용해 금고를 털고, 훔친 돈을 또다시 가로채 땅 속에 묻는 등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기상천외한 절도 행각이 충북의 한 고등학생들에 의해 현실이 됐다.
평소 오토바이를 너무나도 가지고 싶었던 평범한 고등학생인 이모(16)군.
문득 일본인인 어머니가 친정으로부터 받은 자신의 대학 입학 자금 등을 모아둔 금고가 눈에 들어왔다.
결국 이 군은 가족들이 집을 비운 지난 12일 오후 2시쯤 금고를 열기로 마음을 먹었다.
혼자서는 용기를 낼 수 없었던 이 군은 반 친구와 함께 금고를 열기 위해 갖은 방법을 써봤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그러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TV에 본 금고 버튼에 밀가루를 뿌리는 방법을 써보기로 했고, 우연히도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엔화 1만엔권 180장 등 2,200만 원의 현금과 금목걸이를 손에 넣은 이 군은 그날로 가출을 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소중한 친구까지도 잃게 만드는 배신의 서막에 불과했다.
가출한 이 군은 친한 학교 친구들에게 절도 사실을 털어놨지만 눈 앞에 돈 욕심에 눈이 먼 친구들은 곧바로 이 군을 배신했다.
자신과 함께 금고를 턴 친구를 포함해 3명의 친구가 이 군의 돈가방에서 1,200만 원 가량의 엔화를 몰래 훔친 것이다.
이 군의 돈을 또다시 훔친 친구들은 절도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훔친 돈을 학교 뒷마당이나 아르바이트 가게 구석 등에 숨겨 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썼다.
돈을 쓰는 과정에서는 또다른 친구 2명은 훔친 돈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함께 했다.
그러나 첩보작전을 방불케 했던 이들의 절도 행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 군의 어머니가 관련 내용을 학교에 알린 뒤 사건 이틀 만에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진실이 드러났다.
이 군 등은 훔친 돈으로 오토바이와 스마트폰, 옷가지 등을 사는 데 썼지만 고등학생들이 사용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돈이었다.
길게는 6일에서 짧게는 4일 동안 이들은 400만 원의 돈만 사용했고, 나머지 1800만 원은 모두 회수됐다.
청주청원경찰서는 20일 자신의 집 금고를 턴 이 군 등 고등학생 6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모든 전말을 알게 된 이 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대학 등록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친정으로부터 받은 귀중한 돈"이라며 "사건의 원흉인 아들을 꼭 처벌해달라"고 강력하게 경찰에 요청했다.
다만 어머니와 동거 혈족 관계인 이 군은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될 예정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밀가루로 금고 비밀번호를 알아 냈다는 사실에 황당했다"며 "수사 과정에서 친구들의 배신까지 숨어 있어 두번 놀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