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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외면' 북당진 변환소…바뀌는 프레임 '왜'

대전

    '차별과 외면' 북당진 변환소…바뀌는 프레임 '왜'

    • 2016-06-23 05:00

    [기획보도-환경화약고 충남서북부]

    충남의 전력 자급률은 300%가 넘는다. 논란 속에서도 화력발전소와 송전탑들이 추가 설립되는 이유는 수도권에 '더 많은 전기를 더 싸게' 공급하기 위함이다. 반면 산업폐기물은 충남으로 내려온다. 내쳐지는 수도권의 오염산업들은 충남의 값싼 들판을 찾아냈다. 최근 들어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졌지만 정부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해당 지역 주민 건강이나 마을공동체 붕괴 등 부작용에 대한 외면도 여전하다.

    충남 서북부의 팽창은 지역의 화두다. 이른바 환황해권의 중심. 기존 산업 기반 위에 교통망이 확충되고 각종 시설들이 들어선다. 하지만 도시 규모만큼 환경 정책은 따라오지 못한다. 미세먼지와 오존에 노출된 채 화학단지와 동거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그런가 하면 배로 불과 한 시간 남짓한 바다 건너편 중국 동해에서는 원자력발전소들이 무더기로 건설 중이다. 해수 흐름도 또 바람 방향도 중국 본토보다 한국이 훨씬 위험하지만, 이를 눈여겨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국가와 도시의 '발전'을 위한 기회비용으로 치부하기엔 미래가 너무 어둡다. 충남 서북부 지역의 환경 문제는 이미 오래된 문제다. 하지만, 그 동안 개선된 게 별로 없다. 개선되지 않는다면 문제 제기도 계속돼야 하지 않겠는가. 지역 환경 문제를 폭넓게 짚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부-수도권 에너지 전초기지…'강요된 희생'

    1) 연간 1600명 조기사망에도 화력발전 더 짓겠다는 정부
    ①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값싼' 전기…'거꾸로' 정부
    ② 국가산업은 절대선(善)인가…귀 닫은 정부

    2) 지역 이기주의라고요?…우리 말도 좀 들어봐 주세요
    ① '차별과 외면' 북당진 변환소…바뀌는 프레임 '왜'
    ② '고통의 대가' 발전세는 어디로 갔나

    3) 오염산업들의 진출…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① 밀려오는 폐기물 그리고 오염산업들
    ②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장님들은 왜 자살했나

    2부-변하지 않는 성장의 그늘

    4) 석유화학단지와 화력발전소, 철강단지가 한 곳에
    5) 팽창하는 충남 서북부…환경 로드맵이 필요하다
    6) 뱃길로 1시간…'눈 앞의' 중국 원자력발전소들

    3부-근본 대책? 중요한 건 정부 '의지'

    7) 오염물질 배출 총량제 확대 해프닝…정부, 대책 알고도 모른 척(?)

    수 년째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북당진 변환소 문제에는 화력발전을 둘러싼 충남 서북부 주민과 자치단체의 피해와 분노, 한계와 좌절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치단체인 당진시를 비롯해 대부분 주민들이 변환소 건립을 반대하며 수 년째 집회와 소송을 제기해도 법과 제도의 한계에 막혀 좌절을 거듭하고 있는 북당진 변환소 문제.

    ▲ 당초 취지 = 당진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북당진 변환소 계획이 주민들에게 알려진 건 지난 2013년 '제6차 장기 송배전 설비 계획'이 발표되면서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데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는' 블랙아웃(대정전)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이 온 나라를 감싸며 원전 증설과 자원 외교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때였다.

    당초 취지는 기존 송전선로의 '혹시 모를' 고장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존 송전선로에 고장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예비' 선로가 필요하다는 감사원 지적에 따른 것.

    ▲ 충남은 송전탑, 경기도는 지중화…"지역 차별" = 소식이 알려지자 당진시를 비롯해 지역 주민들은 북당진 변환소 건립을 극구 반대했다. 당진시는 한전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했다. 자치단체가 국가 공기업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벌이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다. 대다수 주민들도 격앙된 모습이다.

    추가 설치되는 송전선로의 충남 구간은 모두 송전탑으로 경기도 구간은 모두 지중화로 계획돼 있다. (사진=신석우 기자)

     

    추가 설치 자체도 반대였지만, 사업 방식도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당진화력부터 변환소까지 34km 구간은 송전탑인 반면, 변환소부터 고덕산단까지 역시 34㎞ 구간은 지중화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

    당진시 관계자는 "현재도 송전탑 주변의 많은 주민들이 각종 암으로 사망하거나 질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도와 달리 충남 구간만 송전탑을 설치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런 불평등한 점도 증설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실제 당진에는 이미 200㎞에 가까운 송전선로와 526개의 고압 송전철탑이 설치되어 있고 이번 사업을 통해서는 당진 지역 34㎞ 구간에 80여 개의 송전탑이 새로 설치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또 "암 발병 등 건강뿐 아니라 1100억 원대가 넘는 지가 하락 등 기존 송전탑만으로도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지역 목소리는 무시한 채 오히려 송전탑을 추가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당진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 "공항이지만 비행기와는 별개라는 판결" = 앞서 밝혔지만, 당진시는 1심에서 패소했다.

    '변환소 건립이 공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해석인데 이에 대해 당진환경운동연합 유종준 사무국장은 "행정절차상 송전탑과 변환소 문제가 별개라는 판결"이라며 "이는 공항과 비행기는 별개라는 인식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기존 송전탑으로 인해 암 발병 등 각종 질병과 1000억 원이 넘는 지가 하락 등에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은 송전탑 추가 설치를 반대한다. (사진=당진시청 제공)

     

    ▲ 바뀌는 프레임 = 지역 환경단체는 변환소가 발전소와 송전탑 추가 설치의 구실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유 국장은 "변환소는 50만㎾급 발전소 14개 이상 추가 설치의 구실이 될 수 있다"며 "발전소뿐 아니라 이로 인한 송전탑 추가 설치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북당진 변환소 논란의 프레임이 바뀌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제기됐던 지역 차별이나 발전소 추가 설치 우려 등의 논란 대신, 변환소 건립 지연에 따른 경기 평택 고덕산업단지(국제화지구) 전력 수급 위기설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

    지역의 반대 여론은 배제된 채 건립 지연에 따른 피해 규모가 논란의 쟁점이 되는 것인데, 이 같은 논란이 변환소 건립을 기정사실화한 데서 출발한다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예비 선로 타당성이나 주민 건강 등에 대한 논의 대신, '당진시민들이 산단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식으로의 쟁점 비화 가능성도 있는데, 실제 한전 측은 지난해 12월 변환소 건립 지연에 따른 손실을 연간 1210억 원으로 추산하고 당진시 등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민 송모(55)씨는 "예비 송전선로 역할도, 수도권 또 다른 산업단지의 전력 공급기지 역할도, 모두 당진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은 아닐 것"이라며 "여기 사는 사람들이 한사코 싫다고 하는 일을 법도 지켜주지 않고, 억지로 강행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편 고덕산단은 삼성전자가 2018년까지 15조 6000억 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라인을 건설하는 곳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주형환 장관은 지난 3월 열린 주요 투자기업 간담회에서 삼성의 애로사항 해소하기 위한 전력 추가 공급을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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