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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교과서 정보공개 막으려 변호사 5명 동원

제주

    [단독] 국정교과서 정보공개 막으려 변호사 5명 동원

    ② 국정교과서 '비밀유지'에 혈세 '펑펑', 변호사 수임내역 공개도 거부

    국정교과서 예비비 44억원의 구체적인 내역을 알려달라는 대학원생의 정보공개 청구에 교육부는 변호사를 5명이나 선임하며 대응했다. (사진은 5명의 담당 변호사 지정을 알리는 문서)

     

    국정교과서 예비비 44억원에 대한 정보공개 요구를 238일이나 거부한 교육부가 청구자인 대학원생에 맞서 변호사를 5명이나 선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정교과서 언론 홍보비는 영업비밀이라며 구체적인 사용처를 알려주지 않고 있고 변호사 수임내역도 5개월째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1일 대학원생 신분으로 교육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한 A(26, 제주시)씨.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제작 예산 44억원의 구체적인 사용내역을 비공개 처분하자 두달뒤인 12월 21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처분 취소를 청구했다.

    ◇ 국정교과서 정보공개 청구에 변호사 5명 선임한 교육부

    교육부의 대응은 예상을 뛰어 넘었다. 행정심판을 청구한지 27일이 지난 올해 1월 18일 교육부는 대리인 임명 사실을 알렸다. 정부법무공단 변호사 5명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는 내용이다.

    대학원생의 정보공개요구에 변호사를 5명이나 선임하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A씨는 변호사들까지 동원해 정보공개를 막으려는 교육부의 결정에 또다른 정보공개 청구로 맞섰다. 변호사 수임료 내역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공개돼야 할 정보를 감추기 위해 국민혈세가 얼마나 투입됐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A씨의 변호사 수임료 내역 공개 청구는 올해 1월 27일 이뤄졌다.

    ◇ 교육부 변호사 수임료 내역도 공개 거부

    교육부는 예비비 정보공개 청구때 처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7호(법인과 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의 정보에 해당한다며 1월 29일 비공개 처분을 했다.

    A씨 역시 물러서지 않고 올해 2월 1일 이의신청을 했다. 변호사 수임료는 공공기관의 예산 지출에 관한 것이고 국민의 세금이 투입됐기 때문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맞다며 교육부 처분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특히 시민단체인 정보공개센터가 법무부의 변호사 수임내역 비공개를 취소해 달라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청구가 지난해 8월 받아들여진 사례를 A씨는 강조했다.

    ‘정부의 변호사 수임료는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 아니고 독립적인 경제적 가치를 가진 비밀도 아니다’는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문을 이의신청서에 포함한 것이다.

    ◇ 교육부, 변호사 수임료 드러나면 경쟁업체에 정보 노출돼

    이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올해 2월 19일 이의신청에 따른 비공개 통지문을 보내며 ‘수임료가 외부로 드러날 경우 경쟁업체에 사업상의 정보가 알려질 수 있다’며 거부했다.

    변호사 수임내역에 대해서도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교육부는 비공개 해야 한다는 답변서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냈다. (사진은 변호사 수임료 정보공개 요구를 기각해달라는 내용의 교육부 답변서)

     

    A씨는 다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변호사 수임료 공개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며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청구’를 했고 교육부는 이의신청 통지와 비슷한 취지로 행정심판위원회에 기각을 요구하는 답변서를 냈다.

    교육부측 변호사들이 국정교과서 예비비 사용내역 정보공개 청구를 기각해달라며 올해 1월 25일 행정심판위원회에 낸 답변서도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11p 분량의 답변서는 크게 3가지를 비공개 사유로 들었다.

    ◇ 국정교과서 예비비 공개되면 업무수행에 지장?

    우선 정보가 공개되면 업무의 공정한 수행과 연구개발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답변서는 국정교과서 제작 예산 44억원의 예비비 목록과 예비비 요청 공문, 결재와 관련된 문서를 공개하면 교육부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준다고 설명했다.

    역사교과서 개발과 정책 홍보 등은 2016년 11월까지 계속되는데 이전에 공개되면 교육부의 의사결정시스템과 업무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어 역사교과서가 학교현장에 적용되는 시점까지 개발과 홍보가 지속되기 때문에 업무가 언제 종료되는지도 알려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 교육부, 언론사는 영리목적의 사기업…영업비밀 공개안돼

    두번째 비공개 사유로 교육부는 제3자인 언론사의 영업상 비밀이 공개되면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언론사를 영리목적의 사기업으로 규정한 답변서는 언론사와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알려질 경우 교육부가 앞으로 홍보나 광고계약을 할때 제대로 협상을 할 수 없다고 적었다.

    언론사와 부당한 광고계약을 했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는데 굳이 공개해야 하느냐고도 했다.

    정보가 공개된 언론사는 사업계획과 회계정보 등이 노출돼 경쟁사보다 불리한 지위에 서게 될 거라는 우려도 했다.

    제주 성산포 주민들이 지난해 10월 21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자료사진)

     

    세 번째는 비공개로 보호되는 이익이 크다는 점이 강조됐다.

    교육부는 업무수행의 공정성과 언론사의 영업 비밀에 관한 이익이 정보공개로 보호되는 국민의 알권리와 투명성 확보 등의 이익보다 크다고 주장했다. {RELNEWS:right}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으로 언론사를 규정한 정부가 국민의 알권리보다는 언론사의 영업비밀이 더 중요하다며 국정교과서 예비비 사용내역을 공개할 수 없다고 결론낸 것이다.

    ◇ 시민단체, 언론사 영업비밀보다 국민의 알권리와 투명성 확보가 더 중요

    그러나 시민단체는 광고비 집행내역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까지 있는데도 교육부가 버티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사무국장은 기존 판례에 어긋나는 판단인데다 영업비밀로 규정하려면 특정한 기술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 사무국장은 이어 일부 언론사의 영업비밀보다 국정교과서 추진 과정이나 시민사회 문제제기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가 국가기관인 교육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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