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자료사진)
"'잘 참고 넘어가겠지' 생각했다…."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남부지검 김모(향년 33세) 검사의 아버지 김진태(64) 씨는 사고 10여일 전쯤 펑펑 우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온 아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통화는 어머니 이모(58) 씨가 했지만, 김 씨도 옆에 있었다.
김 씨는 "아들의 펑펑 우는 소리에 놀라기도 했고,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답답했다"며 "(우리가) 올라가든지, 아니면 당장 내려오든지 하라고 했는데, 곧 '괜찮다. 잘 이겨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평소 아들이 밤낮으로 너무 바빠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면서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연락도 안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고 슬퍼했다.
김 씨는 이달 초쯤 대검찰청과 청와대에 아들의 죽음과 관련해 당시 형사2부장이었던 김모(48) 서울고검 검사를 철저히 조사해 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갑작스러운 비보로 정신이 없는 데다가 유서에 특정 인물이 언급되지 않아 김 씨는 아들이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후 아들의 지인들로부터 '김 검사가 부장검사로부터 모욕적인 언행을 들었다', '부장검사가 서류를 집어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을 일삼았다'는 이야기를 접한 뒤 탄원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김 씨는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故 김 검사가 지난 4월 지인들에게 "부장검사에게 매일 욕을 먹으니 한 번씩 자살 충동이 든다", "(부장검사가) 동료 검사 결혼식장에서 조용히 술 먹을 방을 구해오라고 다그쳐 안 될 것 같다고 했더니, 피로연 끝나고서까지 계속 욕을 했다. 견디기 힘들다" 등의 고충을 토로하는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한편 법조계 안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은정 검사.
의정부지검 임은정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제 간부들의 행동에 힘겨워하는 후배들에게 들이박으라고 권하면서도 꼭 한마디 덧붙인다"며 "너도 다칠 각오 하라고…"라고 적었다.
이어 "스폰서 달고 질펀하게 놀던 간부가 저를 '꼬리 치다가 뒤통수 치는 꽃뱀 같은 여검사'라고 욕하고 다녀서 내가 10여년 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검찰의 눈부신 내일이었을 참 좋은 후배의 허무한 죽음에 합당한 문책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남부지검은 "대검찰청으로부터 탄원서가 접수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며 "확인할 부분은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 검사는 지난해 4월 남부지검 형사부에 배치돼 검사로서 첫발을 내디뎠으며, 김 부장검사와는 올해 1월부터 한 부서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