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 방음벽이 노후화로 녹물이 잔뜩 끼어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가운데, 1급 발암물질인 '석면'까지 검출됐다.(부산CBS 강민정 기자)
부산의 한 대단지 아파트 방음벽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된 가운데, 해당 구청과 시청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최근 야당 구의원의 문제 제기로 실시된 석면 검출시험에서 사하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 설치된 길이 1.2㎞짜리 시멘트 방음벽이 석면을 다량 함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16. 6. 29 "내가 사는 아파트에 1급 발암물질 석면이…")24년 전 설치된 해당 방음벽은 노후화로 곳곳이 부식되면서, 잘게 깨진 석면 조각들이 바람을 타고 아파트는 물론 인근 초등학교나 다른 주거지로 퍼질 우려가 큰 상황이다.
해당 구청은 석면이 주민들에게 끼칠 악영향을 우려하면서도, 십수억 원이 드는 예산 탓에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방음벽에 대한 구청의 관리나 교체 책임 의무가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기 바쁘다.
'석면안전관리법'상 슬레이트 지붕에 한해서만 철거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외 석면 건축물을 지원하는 법적 조항이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사하구청 담당 공무원은 "법상에는 석면을 함유한 건축물만을 관리하게 돼 있다"며 " 방음벽은 건축물이 아닌 시설물에 해당해 관리 의무 대상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부산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 설치된 길이 1200m짜리 노후 방음벽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 (부산CBS 강민정 기자)
문제의 방음벽은 바로 옆에 놓인 8차선 도로의 자동차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1992년 설치됐다.
도로의 관리주체인 부산시 역시 방음벽 교체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시는 지금껏 시가 관리하는 도로의 소음 피해로 방음시설을 설치한 곳이 부산 전역에 단 5곳에 불과하다. 이 역시 모두 민원인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뒤 내린 조처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은 하루 빨리 철거해야 하는 석면 시설물을 소송을 거쳐 교체하기에 시간이 너무 지체된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 김외용(62) 회장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돼 아파트 주민뿐만 아니라, 인근 초등학교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어 모두가 불안해 하고 있다"며 "시와 구가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석면 시설물을 하루 빨리 교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가 건설한 도로의 소음 피해로 만들어진 방음벽. 구청과 시가 법적 근거가 없다며 교체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건강을 위협하는 석면가루를 마셔야 하는 고통은 오로지 주민의 몫이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