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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메탄올이었다고?" 메탄올 실명, 안전교육만 받았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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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메탄올이었다고?" 메탄올 실명, 안전교육만 받았어도

    [일터 사망, 이것만 없었어도…②] 안전교육만 받았어도…산재사망 10명 중 1명꼴 교육 못받아 사망

    컵라면도 못 먹고 일에 쫓겨 혼자 일하다 사고를 당한 김 군, 그런가하면 김 군의 아버지뻘인 건설노동자들은 지하에 가득 찬 가스가 폭발해 목숨을 잃는다. 안전보건공단 통계에 따르면 오늘도 일터에서는 하루에 평균 대여섯명 꼴로 사망사고가 일어난다. 그렇다면 산재사망사고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CBS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5차례에 걸쳐 과거의 산재사망사고를 되짚어보고 그 사고를 촉발한 원인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빨리빨리'만 없었어도…목숨걸고 달렸던 18살 배달알바
    ② 그게 메탄올이었다고?...안전교육도 없었던 메탄올 연쇄 실명 사고
    (계속)


    메탄올 중독 사고가 발생한 작업 현장. CNC 절삭공구 냉각제로 메탄올이 사용됐다. (사진=자료사진)

     

    ◇“이상한 감기야. 몸살 기운이 있더니 눈도 침침하고...”

    12시간 밤샘 근무를 마친 A(28)씨가 동갑내기 동료인 B씨에게 말했다. 몸이 안 좋았지만 철야 근무에 쏟아지는 잠부터 해결해야 했다. 자고 나면 나아지겠지 생각했지만, 잠에서 깨어난 A씨는 눈 앞의 사물을 식별할 수 없었다. 급기야 의식마저 흐려졌다. 놀란 가족들이 A씨를 대학병원 응급실로 데려갔고, 그는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일주일 뒤, 이번에는 A씨의 동료 B씨가 응급실로 실려 갔다. 눈이 보이지 않는 같은 증세였다. 올해 1월 인천과 부천 일대 공단에서 잇따라 4명의 실명 위기 환자가 발생한 연쇄 메탄올 중독 산업재해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이들은 공장에서 CNC(컴퓨터수치제어)를 이용해 알루미늄으로 된 스마트폰 몸체를 깎은 뒤, 냉각제로 쓰인 메탄올을 에어건으로 불어내는 작업을 맡았다. 이때 메탄올은 CNC의 윤활제 겸 냉각제로 사용됐다.

    원래는 에탄올을 써야 하지만, 단가를 낮추기 위해 절반 가격도 안 되는 메탄올을 가져다 쓴 것으로 드러났다. 메탄올은 흡입과 섭취, 피부접촉을 통해 신체에 흡수되며, 장기간 또는 반복 노출되면 중추신경계와 시신경에 손상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이다.

    ◇ MSDS도 무시...안전장구는 목장갑 뿐

    안전보건공단의 메탄올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따르면, 메탄올을 취급할 때는 국소배기장치 등으로 환기를 해야 하며, 눈 보호를 위해 보안경을 착용하고, 작업장 가까운 곳에 샤워식 비상세척설비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또 내화학성 장갑을 착용하고, 사용빈도가 높거나 노출이 심한 경우는 호흡용 보호구도 필요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메탄올은 취급에 주의가 필요한 독성물질이다. 메탄올 건강영향과 취급방법 (자료=안전보건공단)

     

    하지만 이들이 일하던 공장은 작업자는 물론 사업주조차도 메탄올의 독성에 대해 충분한 지식이 없었다. 파견 직원이던 A씨는 안전교육은 고사하고 CNC에서 나오는 액체가 메탄올인지도 모르고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메탄올 산재가 일어난 부천의 한 사업장에서는 사업주의 친인척도 함께 일했을 만큼 위험성에 무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작업장은 난방을 위해 환기는 커녕 창문도 열지 않아 메탄올 증기가 가득했다. A씨와 B씨가 다니던 공장의 대기 중 메탄올 수치는 1103~2220ppm으로 노출기준치의 10배가 넘었다. 게다가 이들에게 지급된 보호 장구라고는 목장갑 한 켤레 뿐이었다.

    만약 A씨가 메탄올 중독에 대해 적절한 교육을 받았다면, 적어도 기계 옆에 주의사항이라도 적혀있었다면 메탄올 중독 초기 증세인 어지러움과 메스꺼움, 시력 약화를 참아가면서 일했을까. 또 사업주가 메탄올의 독성을 제대로 알았다면 창문까지 닫아놓고 작업을 하도록 했을까.

    ◇ “몰라도 그냥 일 하다가”...산재사망 10명 중 1명꼴 교육 못 받아 사망

    안전교육은 일터에서 재해를 당하지 않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칙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안전교육은 무시되기 일쑤다. 지난달 발생한 고려아연 황산 누출사고 때도 노조 측에 따르면 안전교육은 전날에 8명이 받았지만 현장에는 20명 이상이 투입됐다. 투입된 인력들은 황산에 대한 기본 지식도 없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플랜트노조 울산지부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이 사건 축소와 은폐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이상록 기자)

     

    올 들어서만 벌써 7명의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대중공업의 경우에도 사내하청 비정규직은 “안전교육을 할 때 출석 확인만 하고 10분 만에 현장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이 현대중공업노조 사내하청지회 측의 설명이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산업재해 위험직종 실태조사’에서도 규정대로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월 1회 이상 받은 경우는 조선업 53.4%, 철강업 67.5%에 불과했다.

    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현황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안전지식 부족이나 교육 불충분 등 교육적 원인으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는 전체 재해사망자의 9% 수준이다. 산재 사망자 10명 중 1명이 안전교육 부실로 사망하는 셈이다.

    앞서 메탄올 산재가 발생한 공장은 가동이 중지됐고, 사업주 가운데 한 명은 산재가 발생하자 연락을 끊고 잠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안전교육을 외면해 발생하는 손실과 비용은 너무나 크다. 무엇보다 교육이나 경험이 부족한 젊은 청년들이 주로 희생된다.

    안전보건공단은 영세 사업주를 대상으로 산재예방교육을 받으면 산재보험료까지 할인해주는 '산재예방요율제도'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까지 5만8천명의 사업주가 교육을 받았고, 현재도 교육이 진행 중이다.

    제도가 도입된 2014년 이후 2년만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우리나라의 50인 미만 사업장은 376만개에 달하고, 지금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도 못한 채 작업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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