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을 사상 처음으로 인권 유린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국 정부가 북한 최고지도자를 제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유린을 이유로 미국이 제3국의 지도자를 직접 제재하는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미 국무부는 6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나열한 인권보고서를 제출했고 재무부는 이를 근거로 개인 15명과 기관 8곳에 대한 제재 명단을 공식 발표했다.
국무부는 김정은이 국방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정찰총국을 지도하며 북한의 인권 탄압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제재 리스트에는 김정은과 국방위 부위원장인 리용무·오극렬, 황병서(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겸임) 등이 들어있다.
또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조연준·김경옥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강성남 국가안전보위부 3국장, 최창봉 인민보안부 조사국장, 리성철 인민보안부 참사, 김기남 선전선동부장, 리재일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정찰총국 오정억(1국장) 조일우(5국장) 등이 포함됐다.
기관으로는 국방위원회(6월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폐지·현 국무위원회에 해당), 조직지도부, 국가보위부와 산하 교도국, 인민보안부와 산하 교정국, 선전선동부, 정찰총국 등이다.
이 가운데 대량파괴무기(WMD) 관련 등 다른 혐의로 이미 미국의 제재대상으로 오른 인사 4명(리용무·오극렬·황병서·박영식)과 기관 3곳(국방위·선전선동부·정찰총국)을 제외한 신규 제재 대상은 김 위원장을 비롯해 개인 11명, 조직지도부를 비롯한 단체 5곳이다.
이번 보고서와 제재는 지난 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대북제재강화법(HR 757)에 근거한 후속 조치다. 가뜩이나 냉각된 북미 관계가 이번 제재 조치로 더욱 경색될 전망이다. 남북 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제재 리스트에 포함되면 미국 내 자금이 동결되고 미국 입출국이 금지된다. 북미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국제사회에서 김 위원장을 범죄자로 간주하는 상징적 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민감하게 받아 들이는 인권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을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당초 예상 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 정부는 북한 인권보고서만 의회에 제출하고 제재명단 발표는 다음 정권으로 넘길 수도 있었지만 보고서 제출과 동시에 전격으로 발표했다.
더욱이 앞으로 상당기간 북한과의 관계회복이 불가능해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의 인권침해와 관련된 핵심 인사와 기관을 사실상 모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같은 조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