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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부의 밀어붙이기가 초래할 '사드'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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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정부의 밀어붙이기가 초래할 '사드' 후폭풍

    미군의 사드 미사일 발사 테스트 (사진= The U.S. Army flicker)

     

    "감사합니다. 같이 갑시다."

    한미 양국 정부가 8일 사드(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종말단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방침을 전격 발표하는 자리에서 토머스 밴달 미8군 사령관이 한국어로 한 말이다.

    그의 '같이 갑시다'는 이번 결정이 한미동맹 차원에서 이뤄졌음을 암시하는 발언일 것이다. 그러나 양국 정부가 지난 2년여 동안 보여준 사드 관련 논의과정은 전혀 동맹적이지 못했다.

    지난 2014년 6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한미연합사령관이 미국의 동아시아 미사일방어(MD)체계의 일환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처음 거론한 이래 미국 정부는 애매모호한 군불때기를 지속해 왔다.

    반면에 우리 정부는 사드에 관한 한 이른바 '3NO'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즉, 'No Request(요청), No Consultation(협의), No Decision(결정)'으로 "(미국으로부터)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따라서 결정된 바도 없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 검토'를 언급하고 양국이 공동실무단을 출범시킨 뒤 넉 달 만에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최종 확정됐다.

    확정 발표 이후에는 모든 것이 속전속결이다. '앞으로 수 주 안에 배치 예정지를 발표한다'. '2017년 말까지 배치를 완료한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드 작전을 통제하며, 배치 비용은 한미가 분담한다'는 등 구체적인 내용이 고구마 줄기 엮듯 이어졌다.

    사실상 현 정부 임기 안에 사드 기지 배치를 완료하겠다는 발표인 셈이다.

    그러나 절차와 방식, 내용면에서 정부의 비밀스럽고 폐쇄적이며,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결정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이날 일제히 비판 성명을 쏟아내면서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위한 공조 태세를 강화했다.

    물론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무수단의 400㎞ 비행 등 날로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해온 정부가 과연 국민들에게 얼마나 투명하게 사드 관련 정보를 공개했으며, 또 국론을 모으는 노력을 어떻게 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사드의 핵심장치인 고출력 탐지 레이더(AN/TPY-2)의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걱정과 우려에 대해 정부는 과학적이고 신뢰할만한 그 어떤 데이터도 제공하지도 않았다.

    과거 주한미군기지 평택 이전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막대한 사회적 손실비용이 발생한 원인은 국민과의 소통을 외면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일방행정이었다.

    이번의 경우도 벌써부터 사드 배치 예정지역 주민들이 저지 투쟁에 나서는 등 제2의 대추리, 제3의 강정마을 사태를 연상시키는 '남남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양국 정부가 사드 체계의 효용성과 환경, 건강,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최적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거센 반대기류가 진정될 지는 미지수다.

    더 큰 문제는 최고조에 달한 중국의 반발 움직임이다. 중국은 한미 양국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가 나오자 즉각 외교부 성명을 통해 '강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명하면서 사드 배치 진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미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명분으로 한 동북아 안보전략을 견제하려는 두 강대국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의장국이면서 북한과는 특수 관계에 있고, 한국과는 최대 교역국이다.

    즉,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단순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차원에서 결정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임기말인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과 고공행진 중인 시진핑의 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는 구도 속에서 사드 배치를 결정한 후폭풍을 임기말로 접어든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 감당해낼 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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