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구연 기자)
환경·보건·의학 관련 전문가 500명이 화학물질 관리 제도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과 한국환경회의 등 3개 시민단체는 13일 오후 1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가 500명이 동참한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요구하는 국민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한국 사회는 안전 사회를 추구하는 정책적 힘이 약하다"면서 "가습기 살균제, 불산누출사고, 삼성백혈병 등의 사고가 터질 때마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거나 추진되지만, 임시방편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 '산업계의 반발'을 지목한 이들은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죽는소리를 더하고 이에 정부는 맞장구를 치는 형국"이라며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규제는 암덩어리'라며 기업프렌들리를 넘어서서 아예 산업계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사람의 생명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해야 할 법률이 국민의 생명보다는 기업 이윤을 향하게 되면서,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오늘의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크게 6가지 측면에서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 모든 화학물질의 독성정보와 용도정보는 사전에 파악돼야 한다. ▲ 모든 제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 정보를 소비자가 알아야 한다. ▲ 발암물질 등 고독성 물질은 제조/수입/사용을 줄여야 한다. ▲ 독성물질은 독성의 수준에 따라 관리돼야 한다. ▲ 안전에 대한 결정권은 노동자/소비자/주민에게 있어야 한다. ▲ 화학물질에 대한 완전한 알권리를 실현해야 한다.
기자회견의 첫 발언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세상에서 안전한 화학물질이란 업다"며 "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5년 동안 8배나 급증했다"고 경고했다.
발암물질국민행동 임상혁 공동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징벌적 손해배상 등이 거론됐는데, 이런 제도만으로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고'를 막을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화학물질 관리·사용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명에 좀처럼 이름을 올리지 않는 보건·환경·의학계 전문가 500명이 대거 참여했다는 것은 그만큼 논란의 여지가 없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