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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뉴스] 그 많던 영어마을은 어디로 갔을까?



사회 일반

    [훅!뉴스] 그 많던 영어마을은 어디로 갔을까?

    10년 전 "어학연수 대체", 10년 후 "두 번은 안가"

    -교사 70%, "이용후 영어실력 안올라"
    -교육기관보다는 놀이공원으로 인식
    -이용 불편, 비용도 1일 9만원 비싸
    -연간 이용자수, 10년만에 1/4 토막
    -전국 40여개 영어마을 중 7개 폐쇄
    -파주영어마을, 안보견학에 이용되기도
    -공룡규모 전시행정, 왜 지자체가 운영?
    -"교육청이 학교와 연계해 운영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기자가 훅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시간, 오늘도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어떤 주제 가져오셨나요?

    ◆ 권민철> 오늘은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시 음향 들어보시죠.


    "경기도 파주 영어마을이 오늘(3일) 문을 열었습니다. 마치 유럽에 머물고 있는 느낌을 준다는 영어 마을에 중계차가 나가 있습니다. 제 뒤로 오늘 입소한 학생 2백여 명이 원어민 선생님들의 지도하에 춤과 노래를 주제로 한 야간 그룹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이 곳을 해외 어학연수를 대체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 김현정> 파주영어마을 개원 당시 보도인 거네요? 벌써 10년이나 됐나요?

    ◆ 권민철> 2006년 개원했으니까 딱 10년 됐습니다. 파주영어마을 하면 국내 최대 규모 영어마을이죠? 당시 경기도가 990억 원이나 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곳인데, 결국 10년만에 간판을 바꿔달게 됐습니다. 다른 영어마을들은 아예 문 닫는 곳도 많습니다. 여름 방학 앞두고 자녀들 영어마을에 캠프 보내려는 분들 많을 텐데, 오늘 훅뉴스는 10년 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는 영어마을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집중 조명해 보려 합니다.

    ◇ 김현정> 파주영어마을은 대한민국 영어마을의 상징인데, 결국 간판을 바꿔달게 됐다고요?

    ◆ 권민철> 영어마을 대신 '미래 인재양성 교육기관'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이용자 급감한 때문입니다. 2006년 35만 명이던 연간이용자숫자가 해마다 줄어들더니 지난해 9만 7000명으로 1/4토막 났습니다. 이러다보니 최근에는 이 곳이 군 관련 회의장으로 사용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군관협력담당자 이야기입니다.

    "영어마을이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교실이나 숙소나 전혀 문제없다. 요번에는 2일차에 안보투어를 했다. 태풍전망대라든지, 그래서 가까운 영어마을에서 (워크숍) 하고 그 다음에 안보견학을 한 거다."

    ◇ 김현정> 안보견학 전초기지로 전락한 영어마을이라…. 다른 영어마을도 그런가요?

    ◆ 권민철> 한 때 많게는 전국적으로 40여 개나 됐는데 저희가 전부 조사를 해 보니 그동안 7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안산영어마을, 군포 국제교육센터, 하남 영어체험학습관, 경주영어마을, 제주국제영어마을, 전남강진 영어타운, 대전 국제화센터.

    ◇ 김현정> 초기에 영어마을 가려면 줄서서 들어갔었는데, 참 격세지감이네요.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뭔가요?

    파주영어마을 연간 이용자 변화 추이. (그래픽=문규리 인턴기자)

     

    ◆ 권민철> 처음에 문을 열 때는 비싼 해외어학연수 대신 값싸게 국내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했었죠. 하지만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점차 떨어져왔습니다. 학부모들 이야기 들어보죠.

    "애들이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니까 그 재미로 다녀 온 것 같다. 특별한 기억은 없었다. 그냥 놀러 나갔다가 온 개념으로 다녀 온 것이었다. 딱히 기대한 것도 없었다. 외국인, 영어회화를 위주로 가야한다고 하면, 두 번은 안 가겠다 생각했다."

    ◇ 김현정> 두 번은 안가겠다는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군요.

    ◆ 권민철> 학부모들한테 낙제점을 받은 셈인 거죠. 학부모들 뿐 아니라 학생들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학생들은 아예 영어마을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희 문규리 인턴기자가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서 학생들과 나눈 이야기 들어보시죠.

    기자: 들어는 봤죠? 영어마을
    학생 1: 아니요.
    기자: 영어마을 있는 거 몰랐어요?
    학생 1: 네.
    기자:왜 안가요?
    학생 2: 학교에서 별로 그런 거 안 알려줘서.
    학생 3: 영어마을이 언제 개설 됐죠? 초등학교에서도 안 데리고 갔어요.

    ◇ 김현정> 영어마을이 완전히 잊힌 존재가 된 거네요?

    ◆ 권민철>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경기도가 지난해 펴낸 연구용역 보고서(경기영어마을 운영활성화 방안 연구)에 잘 나와 있습니다. 파주영어마을 이용자별 만족도 조사(영어마을 교육 이후 영어에 대한 말하기, 듣기 실력의 향상정도를 묻는 질문)였는데, 영어마을 이용 이후 영어실력이 향상되지 않았다는 답변이 교사는 70%, 학생과 학부모는 각 60%였습니다.

    ◇ 김현정> 영어학습에 도움이 안됐다니, 설립 취지를 무색케하는 조사결과인거네요?

    ◆ 권민철> 뿐만 아니라 멀어서 접근이 불편한 것도 만족도를 떨어뜨린 또 다른 이유가 됐습니다. 당초에는 외국 온 거 같은 느낌이 들게 하기 위해 일부러 외진 곳에 조성했고, 이게 몰입교육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었죠. 하지만 몰입교육이라는 게 길어야 1~2주 거든요. 1~2주 영어를 반짝 배운다고 해서 효과가 높지 않다는 것을 10년이란 세월이 결국 증명한 것 같습니다. 이는 영어마을 쪽에서도 인정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들어볼까요?

    기자: 2주 하고 나면 영어는 좀 많이 느나요?
    영어마을: 그거는 말하시는 분들도 알지 않을까요. 언어라는 게 2주 만에 크게 늘지는 안잖아요.

    ◇ 김현정> 영어마을의 몰입교육이라는 개념 자체가 지극히 비현실적인 발상이었던 셈이군요?

    ◆ 권민철> 비현실적인 사업계획에 수요예측도 틀렸고, 값비싼 비용 역시 문제였습니다. 지금도 각 영어마을은 방학을 앞두고 방학캠프 입소자 모집 중인데 12일 일정에 110만원짜리 프로그램도 있더군요. 한 반에 15명 정도가 영어로 영화, 광고, 요리, 연극, 노래 활동 등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 김현정> 12일에 110만 원이면, 하루에 9만 원 꼴이네요? 단기 과정은 비용이 어떻습니까?

    ◆ 권민철> 보통 1주일 과정 40만 원, 4박 5일에 30만 원선, 1박 2일은 10만 원입니다. 1시간짜리 싼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교육과정이라기보다는 체험활동일 뿐입니다. 가령 유치원생들이나 초등학생들이 색깔, 음식, 직업 등 주제별 단어 익히는 게임 같은 활동을 하는데 50분에 8000원을 냅니다. 이건 교육활동이라기보다는 놀이활동에 가깝습니다. 경기도의 한 유치원 교사 이야기 들어보시죠.

    유치원 : 따로 영어를 배우려고 거기는 가지 않아요. 그리고 지원이 잘 안 되서, 관리가 잘 안 되더라고요. 프로그램도 그렇게 다양하지 않고요. 그렇게 몇 박 며칠 이런 식으로 영어프로그램 하지 않아요.
    기자 : 일종의 테마파크 같은 그런 개념이라고 보면 되나요?
    유치원 : 네 맞아요.

    ◆ 권민철> 앞서 말씀드린 경기도 용역 보고서 조사에서도 영어마을 방문 목적이 체험활동이라는 답변이 교사 95%, 학부모 89%, 학생 84% 로 각각 나타났습니다. 영어마을을 교육기관보다는 놀이공원 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죠.

    ◇ 김현정> 영어교육기관으로서 만족감은 낮고, 교육기관으로도 인정하지도 않고, 결국 영어마을의 몰락은 이미 예고가 됐었다고 봐야겠네요? 1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탁상행정이 일을 그르쳤다고 봐야할 거 같은데, 그러면 앞으로 영어 마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 권민철> 대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경기도의 경우도 영어마을이라는 간판을 떼고, 융합 교육기관으로 간판을 바꿔달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로 하는 게 영어교육 아니겠습니까? 영어교육 시설로도 외면 받은 상황에서 다른 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한다고 해서 명맥을 이을지는 지극히 비관적입니다. 차라리 지금같은 영어마을로 이어가되 운영 주체를 지자체에서 교육청 같은 전문 기관으로 바꾸고 학교와의 연계를 더욱 강화해 갈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기도의회 박옥분 의원의 말입니다.

    "공교육 차원에서 지원하는 교육계에서 이것을 받아서, 실제로 이 공간을 최대한 공교육에서 욕심을 내서, 공간에 대한 활용도를 의무화 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 하는 거죠."

    ◇ 김현정> 하지만 경기도 같은 경우 지자체는 새누리당이, 교육청은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 인데, 이런 제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 권민철>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역사교육도 아니고, 영어교육인데 당파성이 개입할 여지는 별로 없잖아요. 그리고 영어마을을 지금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현재 지자체별로 건립비용과 별도로 해마다 수십억 원의 지원비를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지자체들 재정여건이 가뜩이나 좋지 않은데 말이죠. 이렇게 된 마당에 이걸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지자체와 교육청, 나아가 정부가 좀 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듣고 보니 '실패한' 영어마을, 결국 전시행정의 폐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룡처럼 무작정 키운 게 패착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제라도 영어마을이 학생들의 일상에 잔잔히 스며들 수 있게 방법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 권민철> 지금처럼 규모만 키우기보다는 학생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각 마을 단위로 작은 규모로 효율적으로 운용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 김현정> 권민철 기자 수고했습니다. 훅뉴스였습니다.(끝)

    ■ 취재도움: 문규리 인턴기자(중앙대 신방과)·황현규 인턴기자(국민대 신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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