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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무총리에게 쏟아진 성난 물병과 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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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국무총리에게 쏟아진 성난 물병과 계란

    (사진=독자 제공)

     

    땅의 형태가 별 모양과 비슷해 '별고을'로 이름 붙여진 성주(星州). 경북 성주군의 군조(郡鳥)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다.

    그런데 이 평화롭던 '별고을'이 하루 아침에 분노와 분열의 땅으로 변했다.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성난 민심이 폭발한 것이다.

    단식, 혈서, 삭발에 이어 촛불시위로 번지고 있다. 군청사에 걸려 있는 '다함께! 힘찬 새 성주'라는 큼지막한 현판과는 정반대의 모습들이다.

    원인은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사드와 관련된 정부의 비밀주의와 졸속결정 때문이다.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 15일 성주를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일부 주민들이 던진 물병과 계란을 맞았다. 거친 욕설도 들어야만 했다.

    총리 일행을 태운 미니버스는 격렬하게 항의하는 주민들에 막혀 수 시간째 오도 가도 못했다. 아마도 총대를 멘 황 총리는 봉변을 당할 가능성을 예상했을 것이다.

    황 총리는 이날 주민 설명회에서 사전에 정부 방침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점에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사드 배치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만일 정부가 이날 국무총리의 봉변 한 번으로 이른바 '사드 참사'가 매듭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판(誤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온 나라가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한 상황인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지금은 사드 배치와 관련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는 일방적인 말을 남기고 24번째 해외 순방길에 올랐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과 몽골 순방을 통한 다자외교의 효용성 못지 않게 지금은 갈라진 국론의 틈을 메우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더 절실한 때가 아닌가 싶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한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당은 '현 정부의 총체적 소통능력 부재'라고 꼬집었다.

    결국 그동안 사드 관련 '비밀주의'를 고수했던 정부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일로를 거듭하자 군사기밀까지 공개하며 급한 불끄기에 나섰다. 미군도 오는 17일 괌 기지에서 운용 중인 사드 포대를 국내 언론과 일부 성주군 주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박 대통령은 귀국 이후에 대국민 담화 형식 등을 통해서라도 국민들에게 보다 소상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사드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괴담(怪談)'으로만 몰아붙일 일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정부의 비밀주의와 일방주의, 기습발표가 낳은 불신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감염자가 나온 병원을 공개할 지 여부를 놓고 정부가 비밀주의를 고집하다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국민의 알권리에 부응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솔직히 이해를 구하는 자세는 민주국가에서 행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여야 3당이 오는 19일과 2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사드 배치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문에
    나설 예정인 만큼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토론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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