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붙잡힌 야쿠자 조직원이 소지하고 있던 러시아제 TT33 (Tokarev Tula) 권총.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국내에 은신해 있던 일본 야쿠자 조직원이 중국에서 들여온 대량의 필로폰을 일본으로 밀반출하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이 조직원은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부산항을 통해 일본에서 들여온 총으로 밝혀졌다.
지난 7일 오후 11시 50분쯤 부산진구에 있는 한 다세대 주택 1층에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방문을 열어젖힌 수사관들은 방 안에 있던 일본 야쿠자 조직 '쿠도카이' 중간 간부 A(44)씨를 순식간에 제압했다.
수사관들이 A씨를 침대에 엎드리게 해 수갑을 채운 뒤 주변을 수색한 결과 침대 베개 아래에서 러시아제 TT33 (Tokarev Tula) 권총이 발견됐다.
일반 권총과 달리 안전장치가 없는 해당 권총은 실탄 8발이 삽탄된 탄창이 끼워져 있는 상태였다. 방아쇠를 당기면 곧장 총알이 나가는 아찔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권총이 들어있던 흰색 주머니에는 삽탄하지 않은 실탄 11발이 추가로 있었다.
1933년에 개발되어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소련군이 사용한 7.62㎜(30") 구경의 해당 권총은 내구성과 가격 등을 이유로 야쿠자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붙잡힌 야쿠자 조직원이 소지하고 있던 러시아제 TT33 (Tokarev Tula) 권총.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이와 함께 방 한 구석에 놓여 있던 등산용 가방 안에는 무려 3만 1000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인 필로폰 956g (시가 31억 8000만 원)이 들어있었다.
일본 야쿠자 조직의 중간 간부가 부산의 주택가에서 권총과 대량의 필로폰을 소지한 채 은신해 있었던 배경은 이렇다.
일본 규슈 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원 2000명 규모의 쿠도카이 하부 조직 중간 간부이자 재일교포 3세인 A씨는 지난 2014년 8월 조직원들과 함께 공갈·협박 등의 범행을 저질러 경찰의 추적을 받았다.
조직 내 간부들이 줄줄이 경찰에 입건되자 A씨는 지난해 1월 26일 부산으로 도피했고, 이틀 뒤 일본 경찰은 A씨에 대해 인터폴 청색 수배를 내렸다.
여관과 찜질방 등을 전전하던 A씨는 지난해 6월 부산의 한 사우나에서 만난 화물운송업자 B씨와 친분을 쌓았다.
A씨는 그해 9월 일본을 방문하는 B씨에게 앞서 자신이 선배 야쿠자에게 물려받은 권총을 국내로 들여와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이에 일본에서 A씨의 권총을 보관 중이던 마약 판매책 C씨로부터 총을 넘겨 받아 부산으로 오는 여객 화물선 화물에 숨겨 밀반입했다.
실제 권총을 들여온 B씨가 달아나버려 권총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 밀반입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야쿠자 조직원이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C씨는 A씨에게 중국에서 한국으로 밀반입한 필로폰을 건네 받아 일본으로 다시 밀반출하는 전달책 역할을 하면 판매액의 20%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국내에 밀반입되어 있던 필로폰 넘겨 받기로 계약을 마무리한 상태에서 지난 2월 말 C씨가 일본에서 피살당했다.
이에 A씨와 B씨는 자신들이 직접 연락을 취해 지난 6월 6일 경기도 수원에서 필로폰을 넘겨 받아 부산으로 옮겼다.
그러나 필로폰 밀수를 지휘하던 C씨가 숨진 터라 A씨는 부산의 은신처에서 몸을 숨긴 채 필로폰을 보관하고 있다가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류 관리법과 총포·도검·화약류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A씨를 구속하고 달아난 B씨의 뒤를 쫓고 있다.
또, A씨가 소지하고 있던 권총이 어떻게 부산항을 통해 밀반입 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