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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평터널 사고로 "대형차량 '블랙박스' 의무화" 목소리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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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평터널 사고로 "대형차량 '블랙박스' 의무화" 목소리 고조

    인권 침해 우려 반론도…독일은 자율주행차 한해 의무화 추진중

    17일 영동고속도로 인천방면 봉평터널 앞에서 관광버스가 낸 추돌사고 현장. (사진=강원지방경찰청 제공)

     

    4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이른바 '봉평 6중 연쇄 추돌 사고'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해 운전자의 허위 진술 등을 밝혀낸 일등공신은 블랙박스(비행기나 차량 따위에 비치하는 비행 또는 주행 자료 자동 기록 장치) 영상이었다.

    ◇ 첫 번째 블랙박스

    사고가 난 지난 17일 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공개됐던 영상은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며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이 영상은 사고를 간발의 차이로 피한 운전자의 블랙박스에 담긴 것이다.

    영상에는 1차로를 주행하던 버스가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그대로 달려 앞선 차량을 덮치는모습이 생생하게 포착됐다. 버스가 가장 먼저 추돌한 승용차는 종잇장처럼 짖이겨져 버스 아래로 깔려 들어갔으며, 이 질주는 연이어 다섯 대를 더 들이받은 이후에야 멈췄다.

    운전자는 사고 당시를 회상하며 "내 뒤에 바로 따라 오던 버스가 사고를 냈다. 나와 내 가족은 사고 직전 차선 변경을 해 이렇게 살아남았다. 만약 차선을 바꾸지 않고 정체 중이었던 차 뒤로 정차했더라면…. 지금 생각해도 온 몸의 털이 곤두선다"고 가시지 않은 충격을 토로했다.

    당시 누리꾼들은 "버스 운전자가 살인을 한 수준이다", "저건 졸음운전이다", "휴대폰을 봤을 거다", "고의로 대놓고 박은 수준이다"라는 등 갖가지 추측을 내놨다.

    경찰도 이 영상 등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다. 현재 코 등에 미세한 부상을 입어 입원 중이라는 운전자는, 1차로 주행 중 사고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2차로 주행 중 1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다 사고가 났다며 허위 진술했다.

    그러나 사고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로 운전자의 거짓말이 드러났다. 수사를 도운 일등공신인 셈이다.

    (사진=강원 평창경찰서 제공)

     

    ◇ 두 번째 블랙박스

    뒤이어 19일, 사고 직전 버스가 도로를 비정상적으로 주행하는 모습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이 추가로 온라인에 공개됐다. 영상 속 버스는 차선을 불안정하게 갈지자로 넘나들며 갓길에 치우쳐 달린다. YTN이 블랙박스 주인을 통해 구한 영상이다.

    영상을 본 이들은 "블랙박스가 뻔히 있는데 거짓말 하면 믿을 줄 알았냐", "브레이크등이 계속 들어오는 걸 보니 스마트폰 사용한 것 같기도 하다", "수면 상태에 빠지지 않고 졸음을 간신히 참으며 운전하면 자주 브레이크를 밟기도 한다"는 등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사고를 낸 버스 운전자는 그러나 졸음운전도, 휴대전화 사용도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확보된 영상 등을 토대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원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유족은 "대형차량에는 운전석을 찍는 블랙박스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해 운전자로 하여금 더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사고 발생시 원인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 블랙박스 의무화 가능할까

    현재 국내에선 법인택시 외에, 블랙박스 설치는 의무가 아니다. 국내서도 대형 차량은 사고가 나면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사고 내막을 파악하는데 영상이 큰 도움이 됐다는 점에서, 의무화 목소리는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고속도로에서 대형버스(36인승 이상)가 낸 교통사고 건수는 지난 2012년 96건(사상자 587명)에서 2014년 149건(사상자 780명)으로 64% 이상 늘었다. 사고를 예방하거나 기록할 수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일각에서는 블랙박스 의무화를 두고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도 나오지만, 대중교통 등 여러 사람의 안전이 달린 문제에서는 '안전 증진'이 최우선 된 사례가 있다.

    열차 역시 기관사가 끝까지 관련 사실을 함구하거나 운전실 내 상황을 솔직하게 알리지 않으면 사고 원인 규명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실제 지난 2014년 7월 강원도 태백에서 승객과 승무원 총 111명을 태운 무궁화호 열차와 관광열차가 정면충돌해 92명이 사상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기관사는 원인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검찰 수사까지 진행됐다. 운전자는 당시 스마트폰을 사용하느라 정지 신호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코레일이 운행하는 844대 모든 열차 운전실에 올해 안에 블랙박스가 설치될 예정이다. 당시 기관사 노조는 '인권침해' 등의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해외에서는 독일이 자율주행차에 한해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19일 영국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 5월 미국에서 발생한 테슬라 자동차 자동주행 모드 인명사고 이후 경각심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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