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내우외환(內憂外患)'. 안에도 걱정, 밖에도 근심이라는 뜻으로 요즘 박근혜 대통령의 심경에 딱 들어맞는 말일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4.13 총선 참패 이후 당·정·청이 방향감각을 상실하면서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는' 집권 4년차 증후군에 빠진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우환'을 안겨준 인물은 안(청와대)으로는 우병우(禹柄宇) 민정수석이고, 밖(새누리당)으로는 최경환(崔炅煥) 의원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이름 뒷글자를 따면 '우환(憂患)'과 동음인 '우환(宇煥)'이다.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신임이 두터운 여권의 핵심 인사들인데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겨준 꼴이 됐다.
우병우 수석은 이른바 '사드 민심'를 잠시나마 덮을 정도로 각종 의혹의 이슈메이커로 부상했고,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등의 공천 관련 녹취 파일은 추잡한 음모의 '공작 정치'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특히 우 수석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경우에 따라서는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불러올 매머드급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부실 인사검증, 또 1천억원대 처가(妻家) 부동산 매도와 관련한 게임업체 넥슨과의 부적절한 거래 의혹,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위한 '몰래 변론' 의혹, 아들의 운전병 특혜 전출 등 각종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우 수석은 20일 이례적으로 춘추관을 찾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핵심 사안에 대해 '모른다', '아니다'로 일관했고, "모르는 의혹 때문에 공직자를 그만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사퇴론도 일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앞뒤가 뒤바뀐 요청을 하기도 했다. 더욱이 검찰수사를 받더라도 "부르면 가야겠지만 어차피 '모른다', '아니다' 밖에 할 말이 없다"며 고소인, 피고발인 자격으로 받게 될 검찰수사에 앞서 마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했다.
우 수석의 이날 발언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느냐"고 핀잔을 준 최경환 의원의 녹취 파일 발언을 연상시킨다. 우 수석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모른다고 했지만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그는 사실관계를 따지기에 앞서 청와대 핵심 실세 자리에서 내려오는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뜻', '나와의 약속이 대통령과 약속'이라는 최경환, 윤상현 의원,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공천 관련 녹취 파일 파동으로 새누리당은 심각한 내홍에 빠진 형국이다.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특히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집권여당이 또다시 음모론 속에 계파 싸움으로 날이 새는 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우병우 수석에 대한 정당한 의혹 제기를 '국정 흔들기'라고 반박하고, 공천 관련 녹취 파일은 '개인적 통화'라며 파문 진화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민심을 모르는 청와대, 지리멸렬한 행정부, 음모론에 빠진 새누리당…
'사드 정국' 속에 몽골 방문에 나선 뒤 지난 18일 오후 귀국한 박 대통령은 19일, 20일 이틀간 아무런 공식 일정도 없이 청와대를 지키며 침묵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틀동안 폭염주의보는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이제 서서히 민심의 불쾌지수도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