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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뭘 도와줬나"…위안부 피해 할머니 국회서 '울컥'

국회/정당

    "박근혜가 뭘 도와줬나"…위안부 피해 할머니 국회서 '울컥'

    위안부 특별법 제정 청원 기자회견서 작심한 듯 울분 쏟아내

    "대통령을 뽑아 놨으면, 국민을 사랑하고 역사를 알고 해야 하는데, 이거는 아무것도 아니고 지 맘대로에요. 마음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8) 할머니는 21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서 피를 토하듯 한을 쏟아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사진=자료사진)

     

    최성 고양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 나눔의집 안신권 소장,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이옥선·박옥선 할머니가 참석한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권리 구제를 위한 위안부 특별법 제정 청원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피해 할머니들은 제대로 된 사과나 피해 당사자와의 동의나 협의 없이 일본의 10억엔 기금 출연 등 내용을 담은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협상은 '무효'라고 주장해 왔다.

    협정이 체결되고 7개월이 지난 지금 여론의 관심이 줄어들고 언론의 조명도 꺼진 가운데, 이용수 할머니는 박근혜 대통령이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은 채 협상에 나선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 할머니는 "우리는 조선인이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무식하다고 배우지 못했다. 그때는 배울 수도 없었다. 여러 수십만명이 고통 속에, 그 치욕 속에 죽어가면서 대한민국을 이뤄놓았다. 역대 대통령들은 위안부 이야기를 못 꺼냈지만 박근혜가 끄집어 냈다"며 울분을 쏟아냈다.

    최 시장 등이 흥분과 울음이 섞인 말을 이어가는 이 할머니를 말려봤지만 허사였다.

    이 할머니는 "대통령은 국모다, 국모면 백성을 다스리고 국민을 사랑해야 하는데 무식하다고, 모른다고… 우리는 재단이 필요한게 아니다. 무슨 재단이 필요한가. 피해자는 한 마음이다. 공식적으로 일본에게 사죄받고 배상받아야 하는 것을 받고 하자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가 살아있는데, 본연히 있는데, 무슨 협상인가. 아무것도 없는 협상이다. 지금까지의 말로, 내 인생을 지가 살아주나. 내 인생을 돌려놓으라"며 한탄했다.

    격한 감정에 다소 정제되지 않은 말도 쏟아졌다.

    이 할머니는 "XX하고 있네, 지(박근혜 대통령)가 도와준 것이 있나"라면서 "뭘 하는 대통령인가, 왜 자기 마음대로 하는데요 내 생명을. 할머니들은 다 죽어가는데, 우리가 다 죽길 바라는 일본인들도 그렇지만 대통령도 다 죽기를 바란다. 언론들도 요즘에는 우리를 등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사드 배치 문제를 꺼내며 "그것이 아무 문제가 없다면 청와대에 세우라"며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휠체어에 앉은 이옥선 할머니도 "'위안부'가 아니라 사람잡는 사형장이었다. 그런 사형장에서 우리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와서 안 죽고, 이렇게 이만큼 살았다"며 "아베 총리가 우리에게 사죄만 하면 끝나겠는데, 할머니들 다 죽기를 기다리니 될 일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진=자료사진)

     

    최성 고양시장은 할머니들의 발언의 내용을 우려한 듯 "오늘 대통령님과 사드, 이런 발언은 본질에서는 빗겨갔지만 어르신들의 분노에 초점을 맞춰 봐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얼마 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두 분 할머님이 껴안고 펑펑 우셨다. 그리고 오늘 언론인 여러분이 많다보니 좀 격해지신 것 같다"면서, "비본질적인 부분이 논란이 되지 않도록 이해해 주시고 특별법 제정과 함께 이후 어떤 합의와 추진이라도 위안부 단체나 어르신들과의 충분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간절하고 절박한 말씀으로 이해해 달라"고도 했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한일협정에 대해) 사전에 할머니들과 논의하거나 할머니들이 동의한 적이 없다. 할머니들의 알 권리, 재산권, 인간존엄, 행복추구권까지 침해당했다. 이번 (일본의 기금을 통한)재단 설립은 불법적인 것이라고 결론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고,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일본의 공식 사과나 제대로 된 법적 배상금이 아닌 '기금'이란 형식으로 일을 마무리 지은데 대한 분노였던 셈이다.

    이날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 등은 공동 성명서를 내고 아베총리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역사적 만행을 중단하고 새 교과서를 만들어 반성의 자료로 활용할 것, UN차원의 위안부 문제 해결 지속 권고와 반인권 실태조사, 강도높은 UN결의안 채택 등을 요구했다.

    또 20대 국회에서 위안부 피해자 및 일본군 강제동원 피해자 권리 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것을 강조했다.

    특별법은 우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대통령 소속으로 둔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생활안정지원대상자에 대한 지원내용에 장례비 및 추모시설 설치비용을 추가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또 국가와 지자체가 피해자 사료관을 만들고 교육자료를 발간하는 한편, 피해에 대한 실태조사 및 연구를 지원하도록 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매년 8월 14일을 일본군 피해자 기림일로 정하고, 정부가 전년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사업이나 진상규명 노력 등에 대한 활동보고서를 작성해 내년 3월말까지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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